韓美 AI 공급망 동맹…삼성·SK, 빅테크와 'CAPEX 운명공동체'
입력 2026.07.27 11:26

한미 9500억달러 AI 반도체 신규 협력 추진
엔비디아·브로드컴·앤트로픽·MS 장기 협력
GPU부터 메모리, AI DC까지 생태계 연결
AI 공급망 전체 투자 로드맵 맞물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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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공급망 동맹을 강화한다. 단순한 반도체 수출을 넘어 양사가 빅테크들과 중장기 투자 로드맵을 함께 짜는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이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전제로 한 동맹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4일(현지시각)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9500억달러(원화 약 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신규 공급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해 내놓은 성과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의 AI 가속기(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공급하고, 통신용 반도체 등 주요 제품을 2나노 이하 공정으로 생산해 패키징까지 맡는 내용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과 향후 5년간 7500억달러(약 1085조원) 규모의 장기 협력 계획을 밝혔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규모는 5000억달러 이상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을 장기 공급하고, SK텔레콤은 엔비디아 GPU와 AI 팩토리 플랫폼을 도입해 2027년부터 최대 2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DC)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2500억달러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서버용 메모리 장기공계약 및 앤트로픽과의 AI DC 구축 MOU 등 내용이 담겼다. 

    한미 반도체 협력이 단순 공급 계약을 넘어 AI 공급망 전체의 투자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 양사와 고객사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했다. 메모리 업체는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고, 고객사는 수요에 따라 주문량을 조정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AI 시대 들어 엔비디아의 GPU,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과 서버용 메모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DC 구축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각 기업의 CAPEX 계획도 서로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GPU, AI 플랫폼 로드맵을 계획대로 밀어붙이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공정 개발, 양산 속도가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구조"라며 "반대로 양사도 엔비디아가 GPU 로드맵이나 수요처를 확장해줘야 대규모 증설에 나설 수 있어서 사업 계획이나 투자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사업자에 투자해 자사 GPU 생태계를 키워온 이른바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더 파이낸싱은 공급사가 개별 고객사의 GPU 수요 확대를 지원하는 전략으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가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는데, 이번 협력은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보다 공급망 참여 기업들이 장기 공급계약과 공동 투자·설계를 통해 대규모 CAPEX 위험을 분산하는 데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발표는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한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내용들은 중장기 협력 구상이나 MOU 성격에 가깝다. 최종적으로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전방 수요가 계획대로 확대돼야 장기 공급과 대규모 설비투자 역시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