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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수도권 주택의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이 동시에 뛰는 '트리플 강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이 풀려나는 내년부터가 수도권 주택 가격의 진짜 상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오는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부동산 대토론회를 한 차례 더 열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이어, 당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거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쟁점을 중심으로 보완 성격의 논의를 이어간다는 취지다. 대출을 억제하고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등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주택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는 속도가 워낙 빨라 규제 중심의 대책은 빛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고, 주택 자산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토론회를 전후해 정부가 대출과 세제, 공급 대책을 두루 검토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양사 임직원에 지급될 성과급도 전례 없는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시장 전망치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익이 약 650조원 규모다. 이 중 약 10%인 65조원 정도가 성과급으로 풀려나는 셈"이라며 "세금을 떼고 대충 절반으로 계산해도 30조원이 넘는다. 내년 초부터 이 돈들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유입될 경우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반도체 사업 인력은 각각 약 7만명과 3만명으로 추산된다. 총 10만명에 이르는 임직원에 수억원대 성과급이 동시다발적으로 지급되면 세금을 제하고도 수십조원의 현금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만 주택 구입과 갈아타기 자금으로 사용되더라도 수도권 핵심 지역의 매수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특히 양사 임직원들의 주거 수요가 집중된 경기 남부와 서울 상급지에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 영통과 용인 기흥, 화성 동탄 등 양사 사업장의 배후 주거지역은 이미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고소득 임직원의 상급지 이동 수요가 더해지면 서울 강남권은 물론 강북 주요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임직원들의 근로소득이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웃돌게 되면서 동탄이나 기흥 집값과 주거비가 실리콘밸리처럼 치솟지 않을까 한다'라며 "업계에선 내년 이후 서울 집값을 런던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에 빗대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일시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통상적인 임금 상승보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수억원의 현금이 한꺼번에 지급되면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본을 단숨에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연봉에 따른 대출 여력까지 결합하면 실제 구매력은 성과급 지급액보다 더 크게 불어난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더라도 현금으로 성과급을 지급 받는 종사자들만은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히려 자금력이 부족한 일반 실수요자의 대출만 묶이면서 양사 임직원을 중심으로 매수 기회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SK하이닉스 성과급 제도가 1년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산정된 성과급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되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기준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으나 최근 사측은 현금 지급분 일부를 자사주 등 주식 보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게 될 양사 임직원도 안심하기 힘들다. 어차피 집값이 오른다는 대전제 하에 하루라도 먼저 현금으로 받는 측이 집값 상승 수혜를 누릴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 합의도 힘겨웠는데, SK하이닉스가 합의를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