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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권(ADR)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자인 카카오모빌리티로 옮겨 가고 있다. 두 거래는 같은 ADR이지만 추진 주체와 목적, 구조와 규모 등 차이점이 많다. 카카오모빌리티 ADR은 SK하이닉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거래 난이도는 한층 높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달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시켰다.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역대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 거래 중 최대다. ADR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체로 성공적인 상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증권사에서도 ADR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SK하이닉스 다음 주자로 꼽힌다. 상반기 카카오모빌리티 재무적투자자(FI)인 TPG캐피탈이 주관사와 법률자문사를 선정한 후 ADR 상장 준비 절차를 본격화했다. 연내 나스닥에 조단위 ADR을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가 물꼬를 잘 틔운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도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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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ADR은 각 분야 대표주자의 미국행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는데 거래의 양태나 실질은 큰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선진 시장 입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겠다는 목적으로 ADR 카드를 선택했다. 모회사 SK스퀘어의 지분율 20%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신주를 발행해 수십조원의 실탄도 조달했다. 회사가 주도하는 방식(Sponsored)인 만큼 ADR 발행 결정부터 주관사 선정, 상장 후 유지와 관리까지 모두 회사가 책임진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자자의 회수가 최대 목표다. 지난 수년간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이나 투자자 교체 등 작업이 진행됐지만 소득이 없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TPG가 주도해 상장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미국 ADR로 방향성이 정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 ADR은 신주보다는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기존 FI가 미국 시장의 새 주주로 바뀌게 된다. 아직 어느 주주의 지분을 얼마나 활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가 아닌 일부 주주가 주도하는 방식이지만 상장 후의 유지 관리 부담은 회사가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교차상장 성격의 ADR이다. 신주 발행 거래다 보니 국내외에서 신고서 제출 부담을 지긴 했지만, 이미 한국에서 공모 절차를 거쳤고 투자자 보호 장치도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였다. 기존 상장사라는 점에서 신규 상장에 비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신규상장'이다. ADR이라도 신규 발행이면 보통의 상장 수준의 실사와 공시 준비가 요구된다. 국내 기업의 미국 상장인 만큼 국내와 미국 당국의 규제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미국에선 회계 처리나 내부 통제 등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형 소송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경 쓸 부분이 많다.
투자자 저변도 다르다. SK하이닉스와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국내 각 분야의 수위권 업체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에 익숙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우버' 타이틀이 사모펀드(PEF)의 투자 심의를 통과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미국 공모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주목도 높은 초대형 거래보다, 한국에서만 1위인 기업의 중소형 ADR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ADR의 난이도는 수수료에서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미국 상장의 경우 규모가 크거나, 교차상장 형태의 ADR인 경우엔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수수수료는 약 3889억원, 공모 총액의 0.97% 수준이었다. 반면 그보다 규모가 작고 신규 상장인 카카오모빌리티 ADR은 미국 내 관행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미국 신규 상장 수수료는 3~7% 수준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기존에 상장한 상태였으니 ADR을 발행하는 데 특별히 신경쓸 일이 없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새로 처음부터 준비를 해야 하니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해당 여부도 변수다. 이달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회사가 상장된 가운데 실질적으로 지배 중인 비상장사를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에 해당한다. 이 경우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주주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의무는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중복상장시키는 경우에도 부과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상장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모회사 ㈜카카오만 상장돼 있어 중복상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자회사 상장 특례심사가 직접 적용되지는 않아도, 카카오에는 이사회·공시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 ADR을 주도하는 TPG와 ㈜카카오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양측은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