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가 쏘아올린 메모리 치킨게임…삼전닉스 버틸 실탄 충분한가
입력 2026.07.29 07:00

Invest Column
CXMT 대규모 유증시 대대적 현금 유입지속
반도체 역사의 시장 재편은 늘 치킨게임
삼전닉스가 지금 이 자리 지키는 이유이기도
분산 투자·성과급 지출 등 현금체력 약화 우려
자칫 메모리 치킨게임 패자 우리가 될 수도

  •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 증시 과창판(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단순한 공모 자금만이 아니다. 상장 이후 높은 주가를 유지할 경우, 향후 치킨게임이 본격화됐을 때 언제든 유상증자나 신주 발행으로 막대한 실탄을 추가 조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창'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자본시장의 화력까지 더해진 CXMT의 등장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장기적인 소모전, 즉 치킨게임의 재발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반도체 역사에서 치킨게임은 늘 시장을 재편하는 결정적 모멘텀이었다. 그 잔혹한 판에서 승기를 잡았던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삼성전자다. 과거 2000년대 불황기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설비 투자를 줄일 때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역주기 투자(Reverse-cycle Investment)’와 압도적인 공정 미세화로 경쟁사들을 압사시켰다. 삼성의 압도적인 현금력과 원가 경쟁력 앞에 독일 키몬다(2009년 파산)와 일본 엘피다(2012년 법정관리)가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삼성전자는 그렇게 시장의 독보적인 포식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기존 과점업체들에게 가장 뼈아픈 시나리오는 '경쟁사의 끈질긴 생존'이다. 2002년 채권단 관리하에 고사 직전이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으나 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대로 매각안이 부결됐다. 만약 그때 하이닉스가 망해 사라졌거나 마이크론에 흡수됐다면, 마이크론은 독점적 수혜를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오늘날 SK하이닉스로 재탄생했고, 현재 마이크론의 발목을 잡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됐다.

    이 역사적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치킨게임에서 경쟁사를 완벽히 궤멸시키지 못하고 살아남게 두는 것은 기존 과점 사업자들에게 장기적인 재앙이다. CXMT가 높게 평가받은 주가를 발판 삼아 질기게 목숨을 연명하고 설비를 늘릴 체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이번 싸움이 단기전이 아닌 치명적인 자본 소모전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소모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은 기술력 이상으로 '현금 동원력(Cash Reserve)'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세계 D램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바탕 역시 불황기에도 흑자를 유지하며 쌓아둔 압도적인 현금이었다.

    문제는 지금 CXMT가 과거 삼성전자의 '현금과 배짱의 싸움'을 복제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치킨게임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는 적자가 쌓이면 파산하는 '민간 기업 간 시장 논리'였다면 CXMT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국가펀드, 자본시장 거품이 결합된 '비시장적 자본'을 등에 업고 있다. 적자가 나도 망하지 않는 상대와의 싸움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약 150조~200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쥐고 있고, SK하이닉스도 1분기말 기준으로 54조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든든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착시에 가깝다. 

    일단 국내 반도체 공룡들의 현금 방어선이 안팎으로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삼성의 현금은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 사업부의 누적 적자 보전에 상당 부분 분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건설 등 조 단위 CAPEX(설비투자)와 차입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상에 정치적 셈법이 개입하며 지방 분산 투자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는 집적 효과와 생태계 시너지가 핵심인데, 정치적 논리에 밀린 중복·선심성 투자 소요는 자본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막대한 현금 유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호황기마다 터져 나오는 대규모 성과급 갈등과 현금성 보상 요구가 기업의 기초 체력을 밑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다.

    CXMT가 불붙인 메모리 치킨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치적 셈법과 내부 분배 논쟁으로 현금성 실탄을 소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잃게 되면 다음 치킨게임의 희생양은 우리가 될 수 있다. 삼전닉스가 살길은 CXMT가 따라오지 못하는 고성능·맞춤형 영역으로 빠르게 도망치는 '기술 탈출전'뿐이다. 돈은 그렇게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