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LTA 본격화…삼성전자 '수익성'·하이닉스 '영속성' 전략 갈린다
입력 2026.07.29 10:33|수정 2026.07.29 10:34

하반기 이후 서버 D램 LTA 비중 30% 이상 전망
'시가' 대신 '계약' 중심으로 바뀐 메모리 비즈니스
SK하이닉스는 영속성 vs 삼성전자는 수익성 극대화
변동성 낮춰줄 장치서 메모리 경쟁 새로운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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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D램 3사는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속속 늘려가고 있다. 전방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시장 불안감에도 메모리 산업이 계속해서 과거 경기민감형(시클리컬) 산업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29일 SK하이닉스, 30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각사 LTA 전략 차이 역시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펴고 있어 호황기 수익성과 장기 안정성 사이 어떤 선택이 유효한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서버용 DDR5 출하량 중 LTA 비중이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주형 사업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하면 내년 중에는 시장 전체의 D램 생산능력 절반 가까이가 계약에 묶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웨이퍼 10장 중 3장이 HBM, 3장이 서버용 LTA로 잡히고 나머지 4장이 시장 수급에 따라 판매되는 식으로 변할 전망"이라며 "2년 내 공급이 유의미하게 늘어나기 어려우니 반도체 업계에선 당분간 공급 부족(쇼티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반복해서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업황 정점론이 제기되자 거센 논쟁이 일어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다. 계약 물량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물량 자체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현물가로 업황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측과, 과거 사이클을 기반으로 산업을 분석하는 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모리 산업의 거래 관행이 바뀌면서 시장 정보를 해석하는 프레임 역시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한 달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양사의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내년 이후까지 연간 200조~300조원 규모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지난 1년여 동안 메모리 공급사 실적과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올라서 발생한 쏠림 문제를 제외하면 굳이 주가가 내려가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라며 "2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고 하반기 이후 늘어날 LTA를 기반으로 메모리 수익성의 하방 지지력이 증명되면 결국 주가 역시 그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 본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D램 공급사 사이 LTA 전략 차이도 주시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LTA는 메모리 산업에 안정성을 더해줄 장치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계약이 본격화하면서 각사 경영 철학이 계약 구조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향후 메모리 산업의 경쟁 구도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진행된 테슬라의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도 변화의 단면이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공급 부족 속에서도 마이크론이 "향후 수년간 테슬라를 위해 상당한 물량을 합리적인 조건((reasonable terms)으로 배정해준 데 감사한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메모리 고객사가 단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전략 고객과 장기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실제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이 최근 체결하고 있는 전략고객계약(SCA)은 당초 업계가 기대한 LTA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장기간 물량과 가격을 확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비투자(CAPEX)부터 고객사 재무약정까지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중장기 사업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다. 시세 중심의 거래 관계를 넘어 고객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역시 경영진 차원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LTA를 확대하고 있다. 호황기에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고객사의 부담을 분산하고 장기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 SK하이닉스 경영진이 D램 3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중장기 증설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가장 공격적인 방식의 LTA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사의 안정적인 중장기 물량 확보를 지원하되, 공급 부족의 경제적 가치를 계약가에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파악된다.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도 "수익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공급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 차이가 향후 메모리 공급이 안정을 되찾았을 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공급 부족기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다운턴에서는 실적 변동성을 다시 키울 가능성이 있다. 

    업계 1위 삼성전자의 공급가가 떨어지면 2위, 3위인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 구축한 장기계약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D램 3사의 LTA 전략 전반이 재조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전방 AI 연산(컴퓨팅) 수요가 에이전틱 AI를 넘어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다, 늘어난 증설 계획에 비해 전력·용수 등 물리적 인프라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라 메모리 수급이 언제 정상화할지, 다음 다운턴이 언제가 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동안은 각사 LTA 전략 차이가 업황을 좌우할 변수라기보다 각 경영진의 사업 철학을 반영한 선택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삼성전자와의 경쟁에 져서 위기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년 전 HBM에서의 실기를 제외하면 항상 왕좌를 지켜왔다"라며 "이런 차이가 LTA에도 반영되고 있는데, 어떤 전략이 유효한지는 당장 판가름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