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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장중 한때 18% 가까이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다시 무너졌다. 전날 급락에 따른 낙폭 과대 인식으로 장 초반 반등을 시도했지만,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보다 9%대 하락한 540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도 8% 넘게 밀리며 640선까지 내려왔다. 장 초반 상승 출발했던 지수는 SK하이닉스가 하락 전환한 뒤 함께 약세로 돌아섰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도 가팔라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전날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과 관련 파생상품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코스피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시장 개설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됐던 2008년 10월과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이어졌던 2011년 8월 이후 세 번째 연속 발동 사례다.
기관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에서 기관은 2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합산 2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매물을 쏟아냈다. 기관이 매도 물량을 받아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낙폭이 워낙 커 지수는 좀처럼 하락 폭을 줄이지 못했다.
이날 급락의 기폭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액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보다 실적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각각 5%가량 밑돌았다.
순이익은 93조8202억원으로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은 본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이 예상에 못 미쳤다는 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장 초반 반등하던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이후 매도세가 집중되며 18%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 역시 10% 안팎 하락했고, SK스퀘어와 삼성전기 등 반도체 관련 종목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자체보다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과도한 수급 쏠림이 충격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9월 25% 수준에서 지난달 한때 59%까지 확대됐다. 약 9개월 만에 두 종목의 시장 비중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분 가운데 두 종목의 기여도 역시 70~80%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상승장에서 지수를 끌어올렸던 반도체 집중 수급이 하락장에서는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돌아왔다. 현물 주가 하락과 함께 관련 선물·옵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포지션 조정이 맞물리면서 매도세가 연쇄적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대외 변수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을 둘러싼 공습과 미사일 공격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80달러를 재차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와 환율 부담을 높이고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도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살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례없는 변동성 장세에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포함해 금융시장 전반의 구조적 요인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파생상품 비중과 투자자 구성, 특정 종목으로의 수급 집중 등 시장 구조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9월 25%에서 지난 6월 한때 59%까지 높아졌다가 최근 급락장을 거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직전인 5월 말의 50% 안팎으로 되돌아왔다"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반도체 쏠림과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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