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KAI 주주로 올라선 블랙록…경영권 노리는 한화의 우군 될까?
입력 2026.07.30 07:00

반도체·IT, 高배당주에 투자하던 블랙록
실적·주가 모두 부진한 KAI 주주로 깜짝 등재
2018년 한화 블록딜 이후 비중 줄였지만
26년 한화의 공격적 재매입에 다시 매수로 선회
"사실상 민영화에 베팅. 한화엔 절호의 기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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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한국항공우주(KAI)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건2018년 이후 약 8년만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완제기 생산업체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전투기 생산능력을 보유한 KAI는 그 기술력과 시장 내 입지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시즌마다 불거진 낙하산 인사, 경영 비리와 회계 부정을 비롯한 각종 논란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KAI를 외면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정책금융기관이 최대주주인 민간기업도 공기업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한계점도 분명히 있었다.

    KAI가 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고 전세계적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고,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방산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육지와 바다에서의 무기 생산체계를 갖춘 한화그룹이 공개적으로 KAI 지분 매입을 시작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한화그룹의 목표는 명확하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무기 생산체계를 갖춘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수주 경쟁력을 갖추겠단 것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정부가 언제·어떤 방식으로 KAI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인가"그리고 "한화가 새 주인이 되는 걸 정부가 용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사실 한화의 최근 행보는 적대적 M&A 또는 경영권 분쟁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대주주의 민영화 계획이 수립되기도 전부터 경영 참여를 선언했고, 어떠한 합의도 없이 자금을 투입해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화그룹의 지분 격차는 12~13% 남짓에 불과하다. 이는 한화그룹이 언제든 이사회 진출과 경영 참여를 노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섣부른 시도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에 맞대응 할만한 주주로 올라서기엔 15%의 벽, 즉 기업결합신고에 대한 부담이 크다. 자칫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경제적 이익을 차치하고, 경영권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시장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문제 삼긴 어렵지만, 정부(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할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봐야한다"며 "KAI의 민영화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전부터 공개적으로 한화그룹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정부와 대주주(수출입은행)의 입장도 다소 난처하게 된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화그룹에 필요한 건 든든한 우군이다. KAI의 민영화를 지지해줄, 그것도 한화그룹으로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걸 표심으로 뒷받침할 주주가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 때마침 블랙록이 등장했다. 24일 현재 블랙록은 현재 약 10여개의 투자 집단을 통해 KAI의 주식 489만2851주, 전체 주식의 약 5.02%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블랙록이 실적 또는 단기적 재무 이익을 위해 투자했다고 보긴 어렵다. KAI의 올해 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형무장헬기(LAH)의 납품중단, 환율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점차 낮아지는 형국이다.

    한화의 주식 매입과 별개로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하다. 배당 수익률은 0.3% 수준. 고배당주로 보기도 어렵다. 개인과 외국인, 기관을 막론하고 현재 상황에서 KAI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결국 남은 변수는 '민영화'뿐이란 평가도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사업적·재무적 요인만 따져본다면 현 시점에서 KAI에 투자할 유인이 그리 크지는 않다"며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기엔 국내에 (양질의) 투자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블랙록의 KAI 투자는 거버넌스의 변화를 비롯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이 올해 비중을 늘린 기업들은 전통적인 고배당 기업들 또는 주주환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었다. 실적에 비해 오랜 기간 주가가 눌려온 저평가 기업들과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반도체, IT 섹터 기업들이 주를 이뤘다.

  • 사실 KAI는 과거에 블랙록이 눈여겨 보던 기업이었다. 지난 2017년 주가가 급락하던 당시 투자자들 가운데 보유 비중을 늘린 몇 안되는 기관이 바로 블랙록이었다. 당시 회사가 경영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졌는데, 블랙록은 6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듬해 KAI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한화그룹은 KAI의 주식 약 6%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한화그룹의 지분 매도 전후로 블랙록 역시 보유 지분을 5% 미만으로 대거 낮췄다. 당시의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상당히 미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식을 대거 팔았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18년 매도, 2026년 매입, 한화그룹이 한발 빠르고 블랙록이 뒤따르는 투자의 타이밍은 일치하는 형국이 됐다. 물론 블랙록이 한화그룹과 교감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힘을 실어줄진 예단하기 이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KAI의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단 점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 상당수는 KAI의 경영권 이양과 더불어 사업적, 재무적 효율화 작업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블랙록의 KAI 지분 확대 역시 민영화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경영권을 노리는 한화그룹 입장에선 든든한 우군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