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에 부동산 데이터 입힌다…'실물 자산 유동화' 흐름에 솔루션 접목
입력 2026.07.30 07:00

[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 인터뷰]
은행 부동산 DB에 증권 솔루션 결합…경계 허문 자산관리 '강점'
증시 호황發 신흥 자산가 유치 본격화…자산 생애주기 맞춤형 솔루션 제공
자산가엔 '맞춤 상담'·디지털 고객엔 'AI 플랫폼'…KB증권의 투 트랙 전략

  • (사진=KB증권,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KB증권, 그래픽=윤수민 기자)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리테일(소매금융) 자산 1000조원, 운용사 운용자산(AUM) 2200조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500조원의 시대가 열렸다. 알파(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를 원하는 시중 자금의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추종매매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왜 투자해야 하는지 길잡이를 해줘야 하는 자산관리(WM) 사업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증권사 WM 리더들을 만나 시장 전망과 영업 전략을 들어봤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와 같은 공격적인 자금 이동은 다소 주춤했지만,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려는 흐름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어떻게 유동화해 금융자산으로 연결할 것인지도 자산관리(WM) 시장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은 여전히 6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해외 자산가들의 부동산 비중이 평균 3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실물자산 편중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자산의 중심축이었던 부동산을 어떻게 현금화하고 금융자산과 함께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주식·펀드 상품을 통한 머니무브뿐 아니라 부동산 자금의 유동화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흐름이다."

    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은 "직장인부터 자산가까지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은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현금화하고 승계할 것인지였다"고 말했다.

    자산 재배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KB증권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이끄는 이재옥 그룹장은 국내 PB 1호 지점에 발령돼 자산관리 실무를 익힌 뒤, 20여 년간 WM 현장에서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전략 변화를 지켜봐 왔다. 그는 앞으로 WM의 경쟁력은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자산 전반을 관리하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KB증권 WM의 강점으로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꼽힌다. KB금융지주가 지난 2001년 주택은행을 품으면서 장기간 축적해 온 은행 내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에 증권의 IB(기업금융) 역량을 결합해, WM 부문의 '복합 어드바이저리(자문)'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그룹 차원의 WM 스타 자문단과 증권 내 자문단이 고객에게 다각화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One KB라는 우산 아래 고객 자산이 유입되면, 부동산의 경우 일반 자문 서비스를 비롯해 IB 부문과 유기적 결합을 통해 실질적인 유동화 및 구조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후 대출, 보험, 자산운용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말했다.

    'KB WM 스타자문단'은 KB국민은행·KB증권·KB라이프의 부동산, 세무, 법률, 가업 자문 등 각 분야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된 KB금융의 종합자산관리 자문조직이다. 지난 2017년 출범해 10년 가까이 금융 트렌드와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한 자산관리 컨설팅 서비스를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수요와 함께,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새로운 부(富)를 축적한 '신흥 자산가'의 등장으로 WM 타깃 고객 지형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 KB증권은 반도체 등 주요 산업 호황과 증시 호조로 탄생한 신흥 자산가를 '성과급 자산가'와 '투자형 자산가'로 나눠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 그룹장은 "대기업 성과급 및 주식보상 자금은 기업과 계약을 맺어 임직원 자산관리를 도맡는 '워크플레이스' 플랫폼을 통해 선제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이들의 성과급 이연 종료나 주식 락업 해제 시점에 맞춰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흥 부자 중 직접 투자로 부를 축적한 분들은 충분한 지식을 쌓고 개인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를 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는 고수익 달성 이후 장세 변화에 맞춘 자산배분 리밸런싱 전략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M 고객층의 다변화와 함께 투자 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이들을 상대하는 PB의 역할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유튜브와 전문 커뮤니티를 비롯해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며 PB의 단순 정보 전달 중심의 영업 방식은 효용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그룹장은 "현장에서 느꼈을 때 고객들의 금융 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고도화됐다"며 "이제 PB는 수많은 정보를 필터링하는 역할과 시장 변동성이 클 때 투자자들이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키도록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PB 역할의 진화에 맞춰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정교한 자산관리와 디지털 기반 대중 접점을 동시에 확대하는 미래 WM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디지털 축의 핵심인 '프라임 클럽'은 국내외 거시경제 점검과 실전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KB증권의 구독형 투자관리 서비스다. 사내 전문 인력들이 제작한 전문성 높은 콘텐츠로 온라인 고객 접점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난해에는 프라임 클럽 고객 2700여명을 대상으로 '투자 콘서트'를 열고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보인 바 있다.

    이 그룹장은 "AI 및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커스터마이징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고객들이 금융사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고액자산가에 대한 밀착 관리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하이 터치'와 '하이 테크' 전략을 투 트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KB증권의 중장기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최근 증시 호황 이후 WM 고객들에게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지수나 실적 상승보다 더 놀라운 것은 고객들의 금융 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고도화됐다는 점이다. 요즘 고객들은 유튜브, 전문 서적,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글로벌 매크로 환경부터 특정 산업의 밸류체인 변화까지 애널리스트 못지않게 파악하고 온다. 과거 금융사가 독점했던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정보 시차는 현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PB의 역할도 달라졌나.

    "PB가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골라 제공하는 '필터링',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게 해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중요하다."

    -브로커리지 고객을 WM으로 연결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브로커리지 중심 고객은 주도성이 강하므로 일방적 접근보다 AI 및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거래 패턴을 읽고 커스터마이징된 투자 콘텐츠를 지속 제공해 고객들이 금융사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AI 기반 플랫폼과 전문 PB 상담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포트폴리오 자산관리로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KB증권 WM 부문의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은 무엇인가.

     "외부 인플루언서에 의존하기 보다 사내 전문 인력들이 직접 구축한 유료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 클럽'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프라임 클럽 팀이 제작하는 고품질 방송과 투자 정보의 호응이 높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투자 콘서트'를 실시해 디지털 플랫폼 고객을 오프라인 현장으로 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성과급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형성한 '신흥 자산가'에 대한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대기업 주식보상·성과급 자산가는 '워크플레이스' 플랫폼을 활용한다. 주식보상의 3년 이연 지급 및 락업(Lock-up) 기간 동안 자산을 미리 유치하고, 락업 해제 시기에 맞춰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흥 부자 중 직접 투자로 부를 축적한 분들은 충분한 지식을 쌓고 개인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를 한 분들인 만큼 고수익 달성 이후 장세 변화에 맞춘 자산배분 리밸런싱 전략을 권하고 있다."

    -KB증권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KB증권 어드바이저리의 뿌리는 'KB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의 역사'에서 비롯된 부동산 인프라와 데이터베이스이다. 국내 전통 자산가들의 자산 중 약 60%는 여전히 사업용·유휴 부동산에 집약되어 있으며, 이들의 최대 고민은 '부동산의 유동화'와 '승계'다. KB증권은 그룹 차원의 'WM 스타 자문단'과 증권 내부 자문단, 그리고 주택은행 시절부터 축적된 막강한 부동산 데이터를 결합한다. 여기에 IB 부문의 부동산 유동화·구조화 솔루션과 은행의 대출·금융 연계를 붙여, 부동산 자산을 성공적으로 금융자산화하는 독보적인 복합 어드바이저리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

    -초고액자산가 대상 비즈니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해외 벤치마킹이 누적되며 모습을 보인다. KB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은행과 증권으로 각각 분산되어 있던 패밀리오피스 역량을 하나로 결합하는 '그룹 차원의 일원화'에 있다.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 중 어느 채널을 통해 들어오더라도 한 자리에서 그룹 전체의 모든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고객들에게 비중 있게 제안하고 있는 상품은 무엇인가

    "상반기에는 반도체 등 테마형 ETF와 목표전환형펀드 같은 주식형 상품이 시장 호조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진 현시점에서는 고위험 투자로 거둔 수익의 일부를 롱숏 펀드, 손익차등형 상품, 채권 등 '중위험·중수익' 자산으로 전환하는 리밸런싱 전략을 적극 권해드리고 있다."

    -KB증권 WM사업그룹의 중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KB증권 WM 전략의 핵심은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하이 터치(High-Touch)'와 대중 디지털 고객을 위한 '하이 테크(High-Tech)'의 투 트랙 구축에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은 자산가의 종합 의사결정 공간으로 고도화하고, 디지털은 어디서나 솔루션을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AI와 PB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다. 그룹 차원으로는 KB국민은행의 탄탄한 고객 기반 위에 증권의 자본시장 전문성과 투자 솔루션을 결합해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One KB' 플랫폼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먼저 찾는 '평생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재옥 KB증권 WM사업그룹장 약력: 1972년생, 경희대 아동가족학 졸업, 2000년 한국 씨티은행 PB, 2007년 한국 씨티은행 청담중앙지점 지점장, 2009년 UBS AG HongKong 한국 담당 데스크, 2022년 KB증권 입사, 2024년 WM사업그룹장(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