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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이 채권시장안정 프라이버리 채권담보부증권(P-CBO·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을 다시 가동하며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지원에 나섰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진 기업들에게 P-CBO가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 회사채 3년물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4.65%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11월 14일(4.704%) 이후 2년8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그룹 회생 신청 여파로 인해 비우량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며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보였다.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채권시장안정 P-CBO 발행 기업 모집에 착수했다. 일부 증권사에는 대기업 전용 트랙 운영과 관련한 세부 안내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양극화가 심화된 만큼, 신보가 시장 안정 기능을 다시 강화하는 모습이다.
P-CBO는 회사채 신용등급 BB-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별 총 지원한도는 5000억원이며, 개별 기업 한도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BB등급 기업은 최대 300억원, A- 이상 기업은 최대 150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조달금리는 개별 또는 등급별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에 10bp(1bp=0.01%포인트)를 더한 표면금리를 기준으로 하되, 여기에 후순위채 인수비율 등을 반영해 최종 조달비용이 결정된다. 일반 공모채보다 비용이 다소 높아질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발행 자체가 어려운 기업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BBB급은 물론 A급 일부 기업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예측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신보 보증이 붙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용 리스크가 크게 낮아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 자체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P-CBO 운영과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발행 구조다. 신보는 기존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하던 방식에서 자체 신탁계정을 활용하는 신탁 방식으로 제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에는 SPC를 설립한 뒤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구조였지만, 신보가 기금 내 신탁계정을 통해 직접 P-CBO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다. SPC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던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발행 주체가 신보 신탁계정이 되면서 특수채 성격을 인정받아 조달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신보는 지난 6월 신탁 방식을 처음 적용한 '신보 유동화수익증권 2026-1'을 총 2632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4.2%로 결정됐으며, SK스페셜티(A), 에코프로비엠(A-), 이랜드월드(BBB), 노브랜드 등 총 13개 기업이 자금조달을 마쳤다. 신탁 방식이 실제 시장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제도 초기인 만큼 신보는 당분간 SPC 방식과 신탁 방식을 병행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 안착 여부를 확인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신탁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신탁 방식 P-CBO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신탁 방식으로 발행된 P-CBO 역시 모험자본 투자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의 투자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종투사 입장에서는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수요 기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의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금리 수준보다도 투자심리 위축이 더 큰 문제"라며 "시장 상황이 불안할수록 신보 보증을 활용한 P-CBO는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안전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