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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두며 인공지능(AI) 수요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이 중장기 구조적 성장 국면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을 생산능력(CAPA)의 60~70%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메모리 사업을 수주산업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30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71조4995억원, 영업이익이 89조492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각각 130%, 1814%에 달한다.
반도체(DS) 부문 내에서도 메모리 사업부가 실적 상승을 지속해서 이끄는 모습이다. DS 부문 전체 매출액은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2000억원으로 전사 실적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메모리 사업의 매출액이 약 121조원에 달한다. 이번 분기 DS 부문 전체 영업이익률은 70%를 기록했다.
전방 AI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고객사의 구매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번 분기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비트 출하량 역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평균판매단가(ASP)는 D램이 40% 중반, 낸드는 60% 후반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디지털경험(DX) 부문이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으로 적자로 돌아섰지만,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DS 부문 전반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삼성전자의 LTA 전략이었다.
최근 고객사들의 AI 투자 둔화 우려나 공급과잉 가능성, 메모리 가격 고점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방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고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재확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에이전틱 AI의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토큰 소비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서버는 물론 일반 컴퓨팅 수요도 전례 없이 확대 중이다"라며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해도 신규 팹(Fab) 건설부터 장비 입고, 웨이퍼 생산까지 3년 반이 소요된다. 내년엔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고 2028년에도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진 중인 LTA 구조에 대해서도 처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본 계약기간은 5년이며, 매년 1년씩 연장하는 롤링(Rolling) 방식이다. 계약에는 일정 규모의 선수금(Deposit)과 가격 하한(Floor Price) 개념도 포함돼 있다. 선수금은 장기 계약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현재 5개 대형 고객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5개 고객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체결한 계약의 4분의 1 가량은 이미 선수금을 수취했고,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미 주요 글로벌 데이터센터(DC) 사업자와 계약을 마쳤고 추가 고객과의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미 체결한 계약에서도 재차 물량 확대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전방 수요가 강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를 포함해 현재 보유 캐파의 60~70% 수준까지 LTA를 확대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수주산업에 해당하는 LTA 비중을 확대해 업황에 따라 수급이 오르내리는 메모리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확연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요가 회사 차원에서 중장기 미래 리스크를 지하기 위한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확정적인 미래 수요 기반으로 상호 구속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고객 중심으로 협상 중"이라며 "고객과 제품군에 따라 상이한 가격 모델을 반영해서, 상호 협의하에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서도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행 중인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계획대로 이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차기 정책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되 "믿고 기다려준 주주를 실망시키지 않을 방안을 곧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중장기 자사주 매입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난 임직원 보상 목적 자사주 매입 역시 병행될 전망이다. 회사는 한꺼번에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보다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보상효과를 종합 고려해 최적 방안을 도출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보도에 대해선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제한된 수의 주식이 해외시장에 유통되면서 국내 원주와의 가격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해외에 상장한 ADR과 원주가 자유롭게 상호전환(펀저빌리티)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감안하면 국내 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에게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일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나 펀저빌리티에 필요한 후속 제도가 미비된 탓에 원주와의 괴리가 굳어지고 있다.
다수의 긍정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회 직후 주가는 전일보다 8.39% 오른 22만60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내 상승분을 반납하며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