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원주· ADR 괴리 커지는데…레버리지 ETF 수습에 손놓은 금융당국
입력 2026.07.31 07:00

취재노트
SK하이닉스 ADR, 원주→ADR 전환 '아직'
금양 선례에 막힌 결과…증권신고서 부담
당국은 논란되는 레버리지 ETF 대응 우선
제도 공백 길어질수록 원주·ADR 괴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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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와 국내 원주 간 상호전환이 당분간 반쪽짜리에 머물 전망이다. 30일부터 ADR을 국내 원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주를 ADR로 전환하는 통로는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SK하이닉스 원주의 ADR 전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 수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SK하이닉스 ADR 관련 논의도 사실상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고,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낙폭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위해 선물과 현물을 반복적으로 매매한다. 이 과정에서 종가 부근 수급에 영향을 주고, 주가가 하락할수록 매도 물량이 늘어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일부 상품은 하루 회전율이 200%를 웃도는 만큼 시장 충격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투자업계와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도 제도 개선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는 지금 레버리지 ETF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데다 국회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어 ADR과 관련해 새로운 판단을 내리거나 기존 입장을 바꾸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것은 ADR을 국내 원주로 바꾸는 일방향 전환뿐이다. ADR 발행을 위해 조성된 신주가 2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이튿날인 30일부터 ADR 보유자는 예탁기관에 ADR을 반납하고 이에 상응하는 원주를 돌려받을 수 있다.

    반대 방향인 원주의 ADR 전환은 사실상 막혀 있다. 금융당국이 2024년 금양의 구주 기반 주식예탁증서(DR) 발행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당국은 기존 원주를 기초로 하더라도 별도의 증권인 DR이 새로 발행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봤다. 이에 금양은 구주 기반 DR발행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아 거래소 공시를 정정한 바 있다. 

    같은 해석을 적용하면 SK하이닉스 원주를 ADR로 전환할 때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주주가 수시로 전환을 신청할 때마다 신고 절차를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양 사례와는 규모와 구조도 다르다. 금양은 일부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기초로 ADR 발행을 추진했지만, SK하이닉스는 주주 구성이 훨씬 폭넓고 원주의 ADR 전환 수요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양에 적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양에 대한 기존 판단이 있는 만큼 원주와 ADR 간 상호전환을 전면 허용할지, 일정 요건을 두고 제한적으로 허용할지를 두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주의 ADR 전환 허용 여부를 두고 시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자유로운 상호전환이 가능해야 ADR 발행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금융당국도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금양이 DR 발행을 추진할 당시에는 금융당국도 향후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상장사가 ADR 발행에 나설 가능성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판단이 예상보다 훨씬 큰 선례가 돼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제도적 공백의 부담을 시장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주와 ADR 간 자유로운 상호전환은 두 시장의 가격 괴리를 줄이고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다.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원주와 ADR 간 가격 괴리가 확대되고, 국내 원주 투자자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은 허용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늦어지며 후속 정책이 따라붙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 내부에서는 섣불리 제도를 손댔다가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일 것"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과정에서 ADR 전환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기존 DR 발행 사례를 고려하면 원주를 ADR로 전환할 때 발행사가 규제상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있고, 해당 절차에는 통상 수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