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승계 2단계 '거버넌스' 돌입…김동관 수석부회장 역할 어디까지?
입력 2026.07.31 07:00

인적분할 추진 이어 CEO 재편
'누가 맡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 초점
상법 개정으로 거버넌스 중요성 커져
책임경영 체계 정비도 시장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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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오너 3형제 승진과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재편을 동시에 단행하며 '형제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한화 인적분할을 통해 3형제의 사업 영역을 사실상 정리한 데 이어 전문경영인 체계까지 손질하면서 재계 승계의 무게중심이 지분과 직함에서 거버넌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화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동시에 이부환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로, 양기원 사장을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로, 강정훈 사장을 한화임팩트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하는 등 핵심 계열사 CEO 진용도 새롭게 꾸렸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승진 인사를 넘어 승계 이후 경영체제를 정비하는 성격이 짙다. 한화는 최근 ㈜한화 인적분할을 통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 방산·조선·에너지, 김동원 부회장에게 금융, 김동선 사장에게 유통·로봇·반도체 장비 사업을 각각 맡기는 형태로 3형제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번 승진 인사 역시 이러한 사업 분담을 반영해 각자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승계의 첫 단계가 '누가 어떤 사업을 맡을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인사는 새 경영체제를 어떤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로 운영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후속 작업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CEO 체제다. 손재일 대표가 겸직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 체제를 분리하고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했다.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별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린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고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도 조직 운영과 계열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경영과 이해상충 관리에 대한 요구가 한층 커진 환경에 놓이게 됐다.

    승계 이후 거버넌스를 정비하는 흐름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가 안착한 이후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전문경영인과 독립 이사회 중심의 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담을 구체화했다. 롯데그룹 역시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선임사외이사를 확대하며 이사회 견제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그룹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승계의 초점이 '후계자를 정하는 것'에서 '후계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분 확보와 경영권 이전이 승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역할 분담, 이사회 운영, 책임경영 체계 등 거버넌스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도 이제 비슷한 시험대에 오를 계획이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그룹 전략과 대규모 투자 및 사업 재편의 최종 의사결정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개별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이 책임지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김 수석부회장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할지, 계열사 경영에도 직접 관여하는 체제를 유지할지, 또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에게 어느 수준까지 권한과 책임을 나눌지가 '김동관 체제' 한화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