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 반등에도 안심 못하는 증권사…급락장 미수채권 '후유증'
입력 2026.07.31 09:47

코스피 장 초반 14% 급반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20%대 상승
반대매매에도 원리금 미회수 사례 증가
"우량주 담보도 안전지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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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례없는 급락장을 거친 국내 증시가 31일 장 초반 큰 폭으로 반등하며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직전 급락장에서 발생한 미수채권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대매매를 집행하고도 신용공여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표 우량주 계좌에서도 담보 부족과 미수채권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31일 오전 9시 4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89.01포인트(14.11%) 오른 6382.57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1.98%, 22.77% 상승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다만 이번 반등에도 최근 사흘간 이어진 급락으로 증권업계가 겪은 혼란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를 집행하고도 신용공여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코스피가 사흘 동안 약 18% 급락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급락 종목을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대거 이뤄졌고, 담보를 처분하고도 대출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혼란은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1999억원으로, 지난 23일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수금을 갚지 못해 주식이 강제 처분된 반대매매 규모는 611억원으로 하루 만에 4.5배 늘었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같은 기간 1.3%에서 5%로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너무 빠르게 급락해 반대매매를 최대한 빨리 집행했는데도 대출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며 "담보를 처분하고도 부족한 금액은 결국 투자자가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에서는 반대매매 대상 여부와 추가 담보 납부 방법을 묻는 문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며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우량주 계좌에서도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서 고객들의 문의와 항의가 한꺼번에 몰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특히 담보인정비율이 높아 신용공여 규모가 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면서 미수채권 부담도 예상보다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증권사는 종목별 위험도에 따라 신용융자와 예탁증권 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담보인정비율을 통상 50~60%, 일부 증권사는 70%까지 적용하는 반면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는 30~40% 수준에 그친다. 

    담보인정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유지비율을 더 빠르게 밑돌아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량주여서 더 많은 대출이 이뤄지면서 주가 급락으로 인한 피해도 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담보인정비율 60%를 적용받은 투자자는 담보유지비율이 140%인 증권사 기준으로 주가가 약 16% 하락하면 추가 담보 납부 대상이 된다. 이번 급락장에서 코스피는 사흘간 약 18% 하락해 상당수 투자자가 추가 담보 납부 대상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해진 기간 안에 부족한 담보를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번처럼 추가 담보를 납입해야 하는 기간에도 주가가 연일 급락했다는 점이다. 통상 증권사는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투자자에게 하루 정도의 추가 담보 납부 기간을 부여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평소에는 반대매매를 통해 신용공여 원리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추가 담보를 납부하는 기간에도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 담보가치가 빠르게 훼손돼 담보를 처분하고도 대출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미수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급락장에서 이러한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담보인정비율 70%를 적용받아 신용융자를 최대한 이용한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28일 16% 급락으로 추가 담보 납부 대상이 된 뒤 다음 날에도 9% 하락해 반대매매가 진행될 수 있다. 이후 30일 장중 저가인 124만6000원 수준에서 담보가 처분될 경우 담보가치는 최초보다 약 31.5% 감소해 대출원금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고, 증권사는 신용공여 원리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는 미수채권을 떠안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수채권은 급락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급락 종목 전반에서 신용공여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담보가치 훼손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은 이번 시장 충격의 강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경우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와 종목별 담보등급을 재조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6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담보등급을 A군에서 B군으로 조정하며 담보 인정 기준을 강화했고, 미래에셋증권도 7월 초 일부 종목의 담보 인정 기준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가장 안정적인 담보로 여겨졌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담보등급을 조정했다는 점 자체가 증권사들의 시장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급락을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신용공여 한도와 종목별 담보등급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