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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번주 한국 주식시장이 속절없이 휘청였다. 반도체 레버리지 ETF가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비관론이 자리잡았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극적인 붕괴를 겪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닥칠 일들의 불길한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목 받은 곳이 있다. 바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다. 한국 반도체 저승사자라고 불릴 만큼 모건스탠리는 주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위기를 조성하는 보고서를 냈다. 특히나 애널리스트 숀 킴(Shawn Kim)의 한 마디 한 마디, 일거수일투족은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관심사다.
숀 킴은 2002년 모건스탠리에 합류한 뒤 아시아 기술주 분석을 이끌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현재 모건스탠리 유럽 및 아시아 기술 리서치 총괄(Head of Europe and Asia Technology Team)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분석으로 국내 투자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숀 킴은 2021년 8월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떨쳤다. 이어 2024년 9월 '겨울이 어른거린다(Winter Looms)'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가를 단숨에 반토막(26만원→12만원) 내며 범용 D램 및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제기했다. 사이클의 변곡점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그의 매서운 경고는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조건반사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진행된 모건스탠리의 기관 투자자 대상 세미나(NDR)가 화제였다. 핵심은 유통 채널의 낸드플래시 재고가 13주 수준으로 늘어 가격 인상률 둔화가 불가피하며 D램 역시 피크아웃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모건스탠리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와 관련한 보고서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미나에서 나온 구두 발언들이 정제되지 않은 '세일즈 메모 형태'로 유포되면서 불이 붙었고, 실제로 현지 기관들의 문의가 폭주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는 물론 다른 외국계 IB 연구원 역시 상반되는 성격의 보고서를 내거나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의 세미나 일정이나 동선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콜이 빗발쳤다"라며 "동의할 수 있는 분석도 있지만, 선후관계가 뒤바뀌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 논쟁적인 상황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숀 킴'이라는 이름값이 가지는 파괴력에 투자 심리는 순식간에 패닉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가 적극(?) 해명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는 회사가 겪은 '뼈아픈 손실'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주관사단에서 톱티어 IB 중 거의 유일하게 배제됐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그렇다치고 그보다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가 이름을 올린 자리였다.
이 거래는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 내 가장 주목 받는 거래 중 하나였다. 각 IB의 본사와 아시아 본부가 총력전을 펼쳤다. 각 회사들은 무려 1000억원 가까운 수수료 수익 (ADR 인수수수료 총합은 3888억6845만원)을 벌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JP모건은 미국 본사에 초대형 태극기 조명을 걸기도 했다. 이만한 거래에 모건스탠리가 쏙 빠졌다.
자연히 모건스탠리가 그간 유지해 온 매서운 반도체 비관론, 혹은 기업가치 깎아내리기의 대가를 치렀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리서치의 독립성'을 살려주느라 초대형 수익원을 날렸다는 경쟁사들의 비웃음과 내부의 불만들도 거론됐다.
그리고 지금은? 모건스탠리의 경고를 너무 신뢰한 탓인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패닉'수준의 반도체 매도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시장을 놀래켰다. 이 패닉셀이 주식시장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것이, 어느새 증시 부양을 선도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슬슬 번지는 분위기다. 이 정도까지 예상했을지는 모르지만 모건스탠리는 최근 ‘촉’이 너무 잘 맞아서 또 한켠으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