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2.3조원에 두산 품으로…최태원 회장 지분은 추후 협상
입력 2026.07.31 18:22

지분 70.6%, 2.3조에 매각 SPA 체결해
2034년까지 성과연동 언아웃 조항 포함
추후 최 회장 지분 인수 가능성도 열어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두산에 매각한다. 이번 거래로 두산은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SK그룹은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사업에 투입하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보유 지분은 이번 거래에서 제외됐으며, 두산은 별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31일 SK㈜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전량을 ㈜두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0%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총 70.6%다. 이번 거래에서 SK실트론의 지분 100% 가치는 5조원대 중반으로 평가됐다. 

    계약 매각가는 2조3000억원이나, SPA에는 초과이익 공유(언아웃·Earn-out) 조건이 담겼다. 계약에 따라 SK㈜는 ㈜두산으로부터 SK실트론의 2034년까지 경영실적 및 자산 처분 실적 등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이익 공유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계약에 언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은 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른 업황 개선으로 향후 SK실트론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양측이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본 매매대금 외에 향후 경영성과에 따라 추가 대금을 지급하도록 해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 차이를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지난해 12월 ㈜두산을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약 7개월간 인수가격과 세부 거래 조건을 협의해왔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이 예상됐지만, 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른 웨이퍼 사업 가치 상승과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장기화했다.

    SK실트론은 1983년 설립된 반도체용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이다. 지난 2017년 SK그룹 편입 후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 12인치(300mm) 실리콘 웨이퍼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글로벌 3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거래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SK실트론 CSS)은 청산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만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39%는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두산 측은 향후 최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추가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산은 "본건 거래와는 별개로 발행회사의 잔여 지분(29.39%) 양수를 목적으로 거래상대방과 별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공시 규정 등에 따라 관련 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SK실트론 인수가 AI·반도체 그룹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공업 중심의 두산그룹은 최근 AI, 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로봇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SK그룹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SK그룹은 2024년부터 비주력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AI 풀스택 사업에 집중 투자해왔으며, 시장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분할 부담도 이번 매각을 서두른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