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안되면 네 탓"…책임 피하는 정부, 길 잃은 개미
입력 2026.08.03 07:00

취재노트
40여일 만에 상장, 두 달 만에 규제…망가진 시장
김용범 "개인투자자 역동성"…"정부책임 전가" 비판
성과 내세웠듯, 책임도 스스로 지고 설명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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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생산적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을 국민들이 생활비와 배당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었다.

    적어도 시장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 랠리가 맞물리며 코스피는 지난 6월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그동안 정책 성과로 적극 홍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비정상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는 힘"이라고 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상승분의 80% 이상이 정부 정책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통령 잘 뽑아놨더니 나라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주가가 오를 때 정부가 평가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책이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면 성과 역시 정부의 몫일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증권사ㆍ운용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처음 언급됐고, 4월 시행령과 관련 규정이 개정됐으며, 5월 말 16개 상품이 관련 상품(인버스 포함)이 한꺼번에 상장됐다. 주요 금융상품이 언급부터 출시까지 반 년도 안돼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연초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가 고환율에 따른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강하게 추진했고, 이후 시행령과 거래소 규정 개정도 빠르게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는 정부가 설명해야 할 문제지만, 정부 주도로 추진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상품 출시 전부터 단일종목 집중 위험과 지렛대 효과, 음의 복리 효과를 경고했다. 투자자가 하루 최대 60%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까지 설명했지만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온라인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려는 빠르게 현실이 됐다.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이던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이달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고 거래대금도 13조원까지 늘었다. 레버리지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몰리면서 현·선물과 ETF의 재조정 매매가 반복됐고 변동성도 커졌다.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에서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생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는 상품 출시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규제에 나섰다.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높였다. LP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매매단위를 확대했으며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은 대부분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막거나 금융회사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됐다. 이미 형성된 레버리지 포지션과 재조정 매매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실장은 지난 29일 "모든 게 다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특성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과 반도체 쏠림이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발언의 내용보다 발언의 주체다. 상품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 책임자가 부작용이 현실화된 뒤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언급하면 책임을 시장으로 돌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성과는 정부의 몫이고, 실패는 시장과 개인의 몫이라는 인식을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해외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조명하며 'A Casino for Investors'라는 제목의 기사로 도박판이 된 코스피를 다뤘다. 로이터 역시 레버리지 투자가 한국 증시의 전례 없는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책임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판단으로 제도를 도입했고, 위험을 어떻게 검토했으며,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까지 모두 정책의 일부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융사를 옥죄고 개인투자자를 훈계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판단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최종 결정했고, 업계의 우려를 어떻게 검토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난장판이 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성과를 스스로 내세웠다면, 책임도 스스로 지고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