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목표 달성 멀어진 DCM 강자들…외화채서 돌파구 찾나
입력 2026.08.03 07:00

상반기 공모채 발행 41.8조…전년比 19.5% 감소
금리 인상에 하반기도 불투명…내부 긴장감 고조
공모 KP 발행 428억불…전년 동기比 30% 증가
외화채 확대 모색에도 외국계 장악·배급망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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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부채자본시장(DCM) 상위 증권사들의 연간 목표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하반기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한 만큼 연초 세웠던 주관 목표를 채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내 발행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뚜렷한 외화채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6년 2분기 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41조7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일괄신고 발행분은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조9490억원과 비교하면 19.5%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 위축은 금리 상승과 기업들의 조달 수단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따라 회사채 조달 비용이 높아진 데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대신 대출이나 보유 현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장기 회사채보다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조달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강해졌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인상이다. 시장금리가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과 높은 절대금리는 회사채 발행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발행시장 위축을 받아들이는 증권사별 온도 차는 크다. DCM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과 비교하면 건당 수수료 수입이 크지 않다. 중하위권 하우스들은 리그테이블 순위보다 기존 커버리지와 개별 거래의 수익성을 중심으로 참여해 시장 전체의 발행량 감소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다.

    반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처럼 매년 대규모 주관 물량을 쌓아온 증권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형 DCM 조직을 유지하고 연초부터 주관 물량과 시장점유율을 내부 목표로 관리하는 만큼 발행시장 축소가 곧바로 실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회사채 주관이 인수·세일즈와 대출, 파생상품 등 후속 거래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단순한 수수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B증권 커버리지 조직 내부에서는 시장이 현 추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오랫동안 회사채 주관시장에서 선두권을 지켜온 전통적인 DCM 강자다.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물량이 컸던 만큼 시장 감소에 따른 절대 실적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한국계 외화채권(KP) 주관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국내 공모채 시장과 달리 KP 시장은 올해 들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공모 한국물 발행 규모는 약 42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3분의 2를 반년 만에 채운 수준이다.

    외평채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공적 발행이 시장을 받친 가운데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SK온, 대한항공 등 민간기업도 외화채 시장을 찾았다. 하반기에는 261억달러가량의 한국물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차환을 중심으로 추가 발행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2021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외화채 전담 조직인 글로벌DCM팀을 설치했다. 올해는 해당 조직을 신디케이션본부로 옮겨 해외 채권의 인수·배급 기능과 연계를 강화했다. NH투자증권도 글로벌 신디케이션 조직과 홍콩법인 IB 데스크를 기반으로 외화채 주관 경험을 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도 국책은행과 공기업,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외화채는 원화채보다 발행 규모와 주관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크고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란 평가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투자와 현지법인 운영이 늘어날수록 외화 조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DCM 조직이 외화채 주관을 단순한 부수 업무가 아닌 별도의 성장 축으로 바라보는 배경이다.

    다만 외화채가 당장 국내 DCM 감소분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KP 주관 상위권은 크레디아그리콜과 HSBC, 씨티, 미즈호,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금융회사가 사실상 독식했다.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기관투자가 주문을 확보할 수 있는 배급망과 트랙레코드가 부족해 공동주관사단에서도 제한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외화채가 항상 원화채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채금리와 가산금리뿐 아니라 환헤지 비용까지 포함한 원화 환산 조달비용을 따져야 한다. 해외 사업에서 직접 외화가 필요하거나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려는 기업이 아니라면 외화채를 선택할 유인이 제한될 수 있다.

    관건은 국내 발행사와의 관계를 활용해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는 단계를 넘어, 해외 투자자 주문과 가격결정 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란 설명이다. 원화채 시장에서 줄어든 물량을 외화채가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DCM 하우스들의 실적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DCM은 투입 인력까지 따지면 효율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은행계 증권사에는 가장 계량화하기 쉬운 기업금융 지표라 연간 목표에 반드시 들어간다"라며 "발행량이 더 줄어들면 KB·NH처럼 기존 주관 규모가 큰 하우스일수록 목표 달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