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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다시 자본시장 시험대에 올랐다. 한때 기업가치 11조원 안팎을 인정받으며 국내 최대 기업공개(IPO) 후보로 꼽혔지만, 상장이 장기 표류하면서 투자자들의 회수 전략도 사실상 멈춰섰다. 최대 재무적투자자(FI)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는 올해 만기를 앞둔 약 4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에 착수했지만, 금융권은 3년 전과 달리 기업가치와 담보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앵커PE는 최근 국내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대상으로 카카오엔터 지분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차환 대상은 2023년 6월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아 조성한 인수금융이다. 당시 총 약정 규모는 4300억원이었으며 실제 실행액은 4000억원을 밑돈다. 대주단에는 NH캐피탈과 KDB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담보는 앵커PE가 특수목적회사(SPC)인 포도아시아홀딩스(Podo Asia Holdings Ltd)가 보유한 카카오엔터 지분 10.10%다. 차입 역시 해당 SPC를 통해 일으킨 구조다. 이번 리파이낸싱 역시 기존과 유사한 신디케이션 구조가 검토됐다.
기존 인수금융은 연 7%대 수준에서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리파이낸싱도 비슷한 수준이 우선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권이 담보가치와 기업가치를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존보다 높은 금리가 요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는 초기 태핑 단계로 일부 금융기관이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단독 주선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IPO를 전제로 담보가치를 인정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실적을 반영한 뒤 적정 담보인정비율(LTV)을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IPO 가능성을 일정 부분 반영해 담보가치를 평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 실적과 EBITDA, 향후 현금창출력 등을 다시 검토해야 LTV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디케이션 참여는 검토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리스크를 부담하기에는 어렵다"며 "아직은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은 단순한 만기 연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앵커PE의 카카오엔터 투자와 회수 전략이 지난 5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앵커PE는 지난 2021년 카카오엔터 투자 과정에서 인수금융을 활용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후 리캡(재구조화)을 통해 일부 투자금을 회수했고, 2023년에는 기존 차입을 약 4300억원 규모 인수금융으로 차환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엔터 IPO는 현실적인 회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고, 금융권도 성장성을 감안해 자금을 공급했다.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카카오그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플랫폼 기업 중복상장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카카오엔터 IPO는 사실상 장기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상장을 통한 FI 회수 전략도 멈춰섰다. 중간에 앵커PE가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IPO도, 구주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인수금융 차환을 통해 시간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엔터의 실적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카카오엔터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 2023년 1조8735억원에서 2024년 1조8128억원, 2025년 1조7384억원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EBITDA는 2024년 1975억원에서 지난해 1818억원으로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비용 통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외형 성장은 정체돼 있으며 단기간 내 유의미한 재무지표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IPO 재개 여부와 사업 경쟁력 회복이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최근 카카오엔터의 실적과 사업계획 등 최신 자료를 다시 요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처럼 '상장 예정 기업'이라는 기대만으로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실제 사업성과 현금창출력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논란으로 '언젠가 상장할 회사'라는 IPO 프리미엄이 시장에서 사라진 만큼, 카카오엔터도 현재 불황을 겪는 콘텐츠·미디어 회사로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