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보틱스 IPO, 국민연금·HD현대 소액주주 설득이 관건
입력 2026.08.02 07:00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첫 물적분할 자회사
주주동의 절차 거쳐야…3%룰 적용될 예정
국민연금·기관·외국인·소액주주 표심 변수
자사주 소각·현물배당 등 주주보호책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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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로보틱스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공개(IPO)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모회사인 HD현대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보호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HD현대로보틱스는 상장을 위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주주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과 외국인·기관투자가, 다수의 소액주주가 얽힌 HD현대의 주주 구성을 고려하면 주주동의 확보가 상장 추진의 최대 관문이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와 주관사단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에 맞춰 상장 준비를 재개했다. 당초 연내 상장 예비심사 청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업계에서는 주주동의 확보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연내 청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동의를 받는다면 예비심사 청구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며 "주주 수가 많아 의결권을 위임받고 주주들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절차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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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가 당시 영위하던 로봇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 HD현대가 지분 90%를 보유했으며 현재 지분율은 81.82%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자회사의 설립 방식과 모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따라 물적분할 자회사와 일반 자회사, 저비중 자회사로 나눠 주주보호 필요성을 차등 판단한다. 이 가운데 물적분할 자회사는 일반주주가 모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던 사업이 별도 회사로 분리된 뒤 다시 상장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가장 큰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물적분할 자회사는 상장을 위해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특정 주주가 3%를 초과해 보유하더라도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HD현대 주주 가운데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6.6%)과 정기선 HD현대 회장(6.12%), 국민연금(6.87%)이다. 주주동의 절차에서는 이들의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만으로 동의 요건을 채우기 어려워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HD현대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40%에 달한다. 결국 HD현대로보틱스 상장의 필요성과 모회사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주주동의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근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가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확보한 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른 첫 선례가 마련됐다. 그러나 HD현대로보틱스는 대기업 계열사인 데다 모회사 주주 구성이 복잡해 이들 회사보다 주주동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는 지난 20일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의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했다. 덕산넵코어스는 지난해 11월, 디티에스는 지난해 9월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심사가 반년 넘게 이어졌다.

    두 회사는 가이드라인이 공식 발표되기 전 선제적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3% 룰을 적용한 주주동의를 확보했다. 덕산넵코어스는 모회사인 덕산하이메탈 주주에게 공모주 일반청약 물량의 20%를 현물배당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는 모회사 규모와 주주 구성이 HD현대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두 회사 모두 물적분할이 아닌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됐다는 점에서도 HD현대로보틱스와 차이가 있다. 가이드라인상 물적분할 자회사는 일반 자회사보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큰 유형으로 분류되는 만큼 주주동의와 보호 방안에 대한 심사 강도가 높다. 

    HD현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가, 다수의 소액주주를 주주로 두고 있다는 점 역시 난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기관마다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 절차가 다른 데다 주주들에게 상장 필요성과 보호 방안을 알리고 의결권을 위임받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주주 설득을 위해 어떤 보호 방안을 제시할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특별 현금배당, HD현대로보틱스 주식의 현물배당 등이 가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현물배당은 HD현대로보틱스에 대한 HD현대의 지배력과 상장 후 유통물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실제 채택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HD현대 주주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인데, 디티에스나 덕산넵코어스와 비교하긴 무리"라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하고 소액주주도 많아 동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