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아웃으로 실트론 '저가 논란' 봉쇄한 SK…최 회장 지분 공방은 지속 전망
입력 2026.08.03 11:47

반도체 초호황에 실트론 매각 회의론 나왔지만
결국 경영권 매각 최종 결론 내린 SK 이사회
가격 논란 봉쇄한 언아웃 조항…최종 가격은 '2.3조+α'
1조 필요한 최태원 회장 vs 경영권 확보한 두산
최 회장 잔여 지분 공방은 계속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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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은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그룹을 선정한지 반 년이 넘어서야 딜이 성사됐다. 초과이익공유(언아웃, Earn-Out) 조항을 포함하고 최태원 회장의 지분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

    양측이 계약서에 서명한 가격은 2조3000억원이다.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 총주식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70.6%가 매각 대상이다.

    SK㈜는 지난해 말 ㈜두산을 우협으로 선정하고 세부 거래 조선을 협의했다. SK그룹 내부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내부 협의를 거쳤던 만큼 우협을 선정한 이후부턴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올해 초부터 유례없이 반도체 초호황기가 도래했고, 경영진들 사이에선 매각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급과잉 이슈에 따른 웨이퍼 가격의 하락, 미중 무역 갈등,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 등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산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그룹 내 가용한 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룹차원의 리밸런싱 필요성도 흐릿해졌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핵심 재료를 공급하며, 사실상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웨이퍼 사업의 매각을 최종 결정하는 건 이사회의 큰 부담이었다. 이제 막 사업이 본궤도에 도달하려는 시점에서의 경영권 매각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선 매각에 대한 뚜렷한 '명분'과 합리적인 '가격'이 전제돼야 했다.

    이번 SK와 두산의 계약엔 양측 모두 수용 가능한 조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표면적인 계약금액(2조3000억원) 자체는 두산에 큰 부담은 아니다. SK실트론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약 3조2600억원이다. 이자 발생 부채 3조1300억원에 비영업용 자산 3853억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기업가치는 약 6조원 수준이다. 

    SK실트론의 내년(2027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전망치는 약 7300억원으로, 이를 고려한 인수가격은 EBITDA 기준 약 8~9배로 평가받고 있다. 웨이퍼 사업은 반도체 업황에 6개월 이상 후행하는 성격을 띄는데, 전방산업의 호황이 지속된다면 올해보단 내년, 내년보단 내후년의 이익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K실트론의 EBITDA를 6000억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계약 금액은 약 9~10배 수준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웨이퍼 업체(글로벌웨이퍼스·신에츠·SUMCO)의 2027년 예상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평균이 10.5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의 인수가격은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SK그룹 이사회는 실적 전망치가 나날이 높아지는 실트론 매각에 대한 부담을 언아웃 조항으로 상쇄했다는 평가다. 

    당장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대신,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저가 매각의 논란을 피했단 평가를 받는다. 계약에 따라 SK㈜는 ㈜두산으로부터 SK실트론의 2034년까지 경영실적 및 자산 처분 실적 등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이익 공유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현재 매각 가격만으론, 실트론 경영권 매각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따지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물론 표면적인 매각 금액만 보더라도 SK그룹은 2017년 인수 당시 보다 2배가 넘는 투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의 배당을 포함하면 10%가 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계열화 대신 현금을 택한 SK그룹은 실트론 외에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해 수급의 안정성과 가격 협상력을 높일 여지가 있단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웨이퍼 사업은 앞으로도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불가피하다. SK그룹은 이에 대한 부담을 두산에 전가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수직계열화를 포기했지만) SK하이닉스의 위상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을 갖추고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등재돼 있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 여부와 매각 가격 모두 최 회장의 개인사와 엮어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 판단이 내려졌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액 9440억원을 지급하란 판결을 내렸는데 아직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결정할 여지도 남아있다.

    현재로선 최태원 회장 개인적으로 조 단위 현금이 필요한 상황. 최근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가하면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자금 소요에 대한 부담이 적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은 최 회장이 보유한 실트론 지분(29.39%)과 관련해 별도의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트론의 경영권이 두산그룹으로 넘어간 이상, 최 회장이 실트론 대주주로 남아있는 기형적인 구조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는 두산그룹과 최 회장 측의 계산식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트론의 실적이 개선돼 기업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 회장 측에선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산과 SK의 거래 가격을 대입하면 최 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9500 수준으로 추산된다. 양도세를 비롯한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이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 단위 현금이 필요한 최 회장 입장에선 보다 높은 가격으로의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두산그룹은 프리미엄을 매기기 어려운 최 회장의 지분을 SK㈜보다 비싼 값에 사들이기엔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