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실트론으로 반도체 축 완성했지만…'비용 증가' 고민도 커진다
입력 2026.08.04 07:00

두산, SK실트론으로 반도체 밸류체인 완성
CCL-후공정-웨이퍼 아우르는 구조 구축
차입금·잔여지분 인수는 여전한 숙제
PMI 과정에서도 자금 소요 늘어날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확정하며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단기 차입금 부담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잔여지분 인수 문제,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 이슈 등 비용 증가 변수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두산은 전자BG가 담당하는 동박적층판(CCL) 소재 사업, 2022년 인수한 두산테스나의 후공정 테스트 사업에 이어 SK실트론의 전공정 웨이퍼 사업까지 갖추게 됐다. 소재부터 웨이퍼 제조, 후공정 테스트까지 반도체 제조 과정의 핵심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자BG는 최근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분기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률 27.7%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하반기엔 신규 증설 설비 양산까지 더해 매출 1조5000억원을 전망 중이다. AI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그룹 내 중심축이 점차 반도체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트론 인수 자체에 대한 시장과 업계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실트론이 이미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 그리고 적자를 내던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을 청산한 뒤 흑자 사업 위주로 인수한다는 점이 특히 우호적으로 평가받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트론 자체도 지금 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손실 부서도 청산하고 인수하는 구조이다 보니까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에 있을 때 실트론은 SK 물량만 받아야 했지만 이제 두산에 있다보니 다른 회사 물량까지 받을 수 있어 더 상방이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입금 문제다. 두산은 이번 인수 자금을 자체 보유 현금과 차입금,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차입금을 갚으려면 결국 실트론과 전자BG의 실적이 계속 뒷받침돼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차입금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며 "앞으로 실적이 잘 나와줘야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신평사 입장에서는 그 부분은 계속 모니터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iC 사업을 담당했던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 'SK Siltron USA'의 청산 절차도 잠재적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법인은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가 7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청산 과정에서 이 유형자산을 얼마에 처분하느냐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실트론 종속회사인 실트론USA의 유형자산을 얼마에 판매하느냐에 따라서 손실이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손실이 발생하면 절대금액 자체가 70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SiC 사업 자체로만 보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향후 전망도 좋아서 단기적인 청산 비용이 크게 발생하더라도 점차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지분 매입 과정도 변수로 꼽힌다. 두산은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39%는 별도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 잔여지분을 언제, 얼마에 인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최 회장의 지분을 얼마에 언제 살지는 미정인 것 같다"며 "지금 매입한 금액을 가지고 단순 계산하면 1조원 정도에 매입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두산이 최 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경우 최소 약 1조원의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단기 차입금과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SK실트론 인수에 있어 노조 반발과 핵심 인력 이탈 리스크도 PMI 과정의 뇌관으로 지목하고 있다. 직원들이 누려온 'SK 프리미엄' 상실에 따른 매각 위로금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SK 체제 수준의 성과급과 복지가 두산 내에서 온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엔지니어들의 연쇄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딜 안착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리텐션(Retention) 프로그램 가동 등 상당한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편 NICE신용평가는 SK실트론의 장기 신용등급(A+)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A2+)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했다. SK 계열에서 제외돼 계열의 비경상적 지원가능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