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등락에 발 묶인 VC…메자닌·상장주 회수 고민 커진다
입력 2026.08.04 07:00

상장주 미회수 지분 평가손실 확대
무이자 메자닌은 주가 하락에 직격탄
VC들 "펀드 수익률 크게 흔들린다"
코스피 대비 코스닥 회복 더딘 점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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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벤처캐피탈(VC)업계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는 모습이다.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회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부담이 커졌고, 반등 국면에서는 수급이 일부 대형주에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17.91%, 11.63% 급등했다. 전날 연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반등하며 삼성전자는 26.81%, SK하이닉스는 29.95% 상승 마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장세라는 반응이 많다. 매수와 매도 시점을 하루만 달리 잡아도 손익이 크게 엇갈리는 탓에 시장이 '투기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성토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 같은 변동성은 VC업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증시 흐름에 따라 하우스별 투자 성과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VC들은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한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곧바로 지분을 회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호예수 기간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해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아직 회수하지 못한 지분의 평가액도 크게 낮아졌다. 

    일부 종목은 하루 만에 낙폭을 만회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워낙 큰 탓에 회수 시점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주가가 반등할 때 서둘러 팔아야 할지,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기다려야 할지를 두고 하우스별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장이 급격히 빠지면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하우스가 적지 않다"며 "주가가 하루 단위로 크게 오르내리다 보니 보유 물량의 처분 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인 만큼 당분간 회수를 서두르기보다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강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VC 이사는 "우리는 모 스타트업의 투자금을 비교적 빠르게 회수해 상반기 회수 실적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며 "그럼에도 최근 장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데, 보유 지분을 미리 처분하지 못한 하우스의 고민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업종의 반등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데 수급 상황을 확인한 뒤 추가 회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사 메자닌 투자를 늘려온 일부 하우스는 부담이 더 크다. 지난해부터 증시 강세 속에서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상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도 활발해지면서 메자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VC가 적지 않았다.

    메자닌은 채권 이자를 받으면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비상장 투자보다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다만 일부 거래는 표면이자가 없어 사실상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구조였던 만큼 최근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주식 전환을 통한 회수를 늦춰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펀드는 최근 주가 급락 과정에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상장주식과 메자닌 자산의 평가액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전체 펀드 성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VC의 LP 담당 임원은 "운용하고 있는 일부 펀드는 한때 수익률이 마이너스 5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신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LP에 운용 실적을 제시해야 하는데 투자 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체 펀드 성과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VC 펀드는 통상 7~8년 이상 운용되는 만큼 단기적인 주가 하락만으로 최종 투자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규 펀드 결성이나 추가 출자를 앞둔 운용사에는 장부상 평가손실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VC들의 고민이 곧바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되면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경우 VC들이 주로 투자한 중소형주의 회복은 더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운용사들은 당분간 회수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VC 부대표는 "VC는 본질적으로 장기 투자 사업인 만큼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며 "시장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지금은 회수를 서두르기보다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