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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자금 운용 방식 다변화를 검토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초대형 OCIO(외부위탁운용) 시장 개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연간 집행하는 150조원 중 일부 자산만 외부에 맡겨도 국내 기업 자금운용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사업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사들은 벌써부터 위탁 규모와 수수료, 잠재적인 수임 경쟁 구도를 계산하기 시작한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전략적 자산배분(SAA), 전술적 자산배분(TAA), 크레디트 투자, 리스크 관리 등을 담당할 자금운용 전문인력을 충원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의 자금관리(Treasury) 운용 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산군에 대해 OCIO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제안요청서(RFP)가 배포되거나 구체적인 운용 구조가 정해진 단계는 아니지만,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초기 국면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 관련 자금 가운데 증권사를 통한 운용 규모는 약 80조원, 은행권 운용 규모는 약 30조~40조원 수준이다. 채권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외화자산 등을 포함한 연간 자금 집행 규모는 약 15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금융사들이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운용보수는 자산군과 운용 범위, 성과보수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업계에서는 초대형 기업 자금의 경우 연 2~5bp 수준의 관리보수를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계산하면 10조원 위탁 시 연간 20억~50억원, 30조원이면 60억~150억원, 50조원이면 100억~25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운용보수만이 전부는 아니다. 외화 운용과 환헤지, 채권 거래, 유동성 관리,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 업무까지 연계될 경우 금융사가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트레저리(Treasury) 운용을 맡게 되면 국내 대표 제조기업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단순 수수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누가 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를 놓고도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자산배분과 기관 OCIO 경험이 풍부한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 계열이 우선 거론된다. 삼성금융과 한국투자금융 계열은 외화자산과 글로벌 채권, 크레딧 운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평가다. SK그룹과 거래 기반이 있는 SK증권 역시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실제 위탁 대상이 어떤 자산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전면적인 OCIO 도입보다는 단계적 접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원화 자금은 회사가 직접 운용하고 외화 자산이나 장기 여유자금만 전문기관에 맡기거나, 크레딧 등 특정 자산군에 대해서만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OCIO 담당자는 "국내 제조기업 특성상 전면 OCIO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보다 일부 자산군이나 자문 기능부터 활용하는 형태가 현실적"이라며 "OCIO를 활용하면 자산배분 체계는 물론 만기 도래 자산의 재투자 전략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생명 자금을 일임받아 운용하는 것처럼 내부 통제권은 유지하면서 특정 자산의 운용만 전문기관에 맡기는 구조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국내 기업 트레저리 시장에서는 상징성이 큰 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