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키움과 줄다리기하는 빗썸…몸값·의결 이견에 협상 장기화
입력 2026.08.04 07:00

코인곁눈질
카카오페이 주도로 범카카오 투자안 논의
키움증권과도 제3자배정 신주 인수 협상
빗썸, 3조원 기업가치 제시하며 협상 장기화
무의결권 신주와 지배구조 리스크도 투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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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둘러싼 카카오와 키움증권의 투자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주요 거래소들이 금융회사나 빅테크를 전략적 파트너로 확보한 가운데 빗썸도 외부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기업가치와 투자 이후 의결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2일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카카오와 키움증권을 상대로 신주 투자와 사업 제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투자 검토에 나선 데 이어 카카오페이도 협상에 나서면서 범카카오 차원의 투자안까지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과 빗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키움증권이 빗썸 신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빗썸 지분 투자설이 불거지자 디지털자산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공시했다. 당시 양측의 협상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조건을 정하지 않은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도 빗썸 투자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카카오페이가 협상을 주도하고 투자 규모에 따라 카카오 계열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때 카카오 측이 키움증권보다 투자 협상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가격과 경영 참여 조건에 부담을 느껴 속도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카카오와 키움증권 모두 비슷한 협상 단계에 놓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빗썸이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플랫폼 회사 간 합종연횡이 있다. 토큰증권(STO) 법제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금융회사들은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거래소와의 지분·사업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빗썸 투자 검토 역시 이 같은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이다.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날 잔여 지분 인수를 마치고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원화 거래소 가운데 금융사나 빅테크와의 전략적 연대 상대를 확정하지 못한 대형 거래소는 사실상 빗썸만 남은 셈이다. 

    빗썸 투자 협상이 길어지는 핵심 원인은 기업가치와 의결권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빗썸의 기업가치가 2조원 후반에서 3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는 약 5000억원대 후반 밸류에서 거래 중이다. 빗썸 측이 협상 과정에서 잠재 투자자들의 평가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구조도 쟁점이다. 빗썸은 기존 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 거래가 아니라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투자금을 받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잠재 투자자에게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회사나 빅테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려면 이사 선임과 주요 사업 의사결정, 내부통제 등에 관여할 권한이 필요하다.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투자 이후 빗썸의 경영과 사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규제와 평판 위험을 함께 부담하면서도 통제 권한은 갖지 못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카카오의 경우 두나무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는 점도 빗썸 투자 명분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보유하던 두나무 지분 6.55%를 하나은행에, 3.9%를 한화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카카오벤처스 등이 보유한 지분 4%도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가 총 6128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 계열사가 두나무 지분을 처분해 회수한 금액은 총 2조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분 처분 이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0.13% 정도만 남았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 매각이 가상자산 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라기보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결합 추진으로 발생한 주주 관계의 부담을 정리하기 위한 거래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가 경쟁사인 네이버 계열사와 한 회사의 주주로 묶이는 구도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거래소인 두나무 지분을 매각한 카카오가 다시 업계 2위인 빗썸에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기준 점유율은 업비트 60%대 중후반, 빗썸 30% 안팎으로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의 합산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이 한때 빗썸 투자 협상에서 앞서 있었지만 빗썸이 의결권 없는 신주 발행을 제시하고 가격도 낮추지 않으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며 "업계 1위인 두나무 지분을 정리한 뒤 굳이 2위인 빗썸에 다시 투자하는 것도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도 투자 판단의 변수다. 빗썸홀딩스 지분 30%를 보유한 2대 주주 비덴트는 2023년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비덴트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 뒤 5개월의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주주 지위와 보유 지분 처리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빗썸은 금융정보분석원(FIU)과의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FIU는 지난 3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와 고객확인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빗썸에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경영진 제재를 결정했다. 빗썸은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을 일단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