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투자하라면서 기존 ISA 혜택 깎아"…'생산적금융 ISA' 출시 논란
입력 2026.08.04 11:25

생산적금융 ISA 신설…이자·배당소득 '전액 비과세' 내걸어
납입 한도 이월 폐지·5년 만기 제한…"절세 사다리 차버렸다"
선택지 줄이는 생산적 금융 '한계'…"투자 환경 체질 개선부터"

  • 변동성 장세 속 기존 절세 통장을 대폭 손질한 '생산적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위험자산 투자만 가능한 신규 상품을 내놓으며 기존 ISA의 혜택을 축소한 게 논란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안정형 상품을 혜택 범주에서 제외하며 최소한의 변동성 안전판 장치마저 빼앗은 점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허용에 이어 정부가 시장 유동성을 증시 및 벤처투자에 인위적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재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생산적금융 ISA' 신설이다. 해외 증시 쏠림과 부동산 유동성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생산적금융 ISA는 기존 ISA에 비해 절세 혜택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계좌 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 총 2억원으로 늘렸다. 이와 함께 청년층에게는 납입금의 10% 소득공제 혜택까지 더했다.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넘길 때도 혜택을 준다. 전환금의 10%(최대 300만원)에 대해 추가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본시장 유입과 노후 자산 형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풀이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시장의 시선은 다소 냉담하다. 최근 당국이 고변동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세제 혜택을 빌미로 자금을 국내 변동성 자산에 격리하려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투자 대상이 제한된 것이 가장 큰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기존 ISA와 달리 예적금 등 안전자산 배분이 불가능하다. 오직 국내 상장주식, 국내 주식형 펀드,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국민성장펀드 등의 자산에만 돈을 넣어야 하는 구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어막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등 투자 대상의 수익성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는 '20% 손실 보전' 등 안전장치를 홍보하며 '관제 펀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증시 하락장을 버티지 못하고 손실 보전선마저 깨지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시 체질 개선 없는 자금 유입책이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신설 ISA 상품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일반 ISA의 혜택을 후퇴시켰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우선 기존 ISA의 핵심 장점이던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 기능이 전면 폐지된다. 기존에는 연 2000만원 한도 중 못 채운 금액이 다음 해로 이월돼 성과급이나 목돈이 생겼을 때 한 번에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이월 기능이 사라져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나 직장인의 자금 운용 유연성이 크게 박탈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상품 계약 기간을 강제로 제한한 대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ISA는 최초 3년 경과 후 무제한 연장이 가능해 초장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반면, 개정안은 총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묶어버렸다.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제한책이 5년마다 '절세 울타리' 밖으로 자금을 강제 퇴출하는 구조로, 정부의 '장기 자산 형성'이라는 정책적 효과와 상충하는 지점이라 꼬집는다. 

    특히 혜택 축소가 기존 가입자에게까지 소급 적용되면서, 정책적 신뢰를 깨트렸다는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강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KODEX 나스닥100 등) 투자를 막고 전 국민을 '무지성 국장'으로 떠미는 독소 개정안"이라며 세제개편안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절세 계좌 운영 관련 해외 주요국의 행보를 들어 세제개편안 내 'ISA 개편안'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은 (절세 계좌의) 수혜 기한을 평생으로 늘렸고, 미국 ETF(QQQ, SPY 등) 및 해외 개별주 직접 투자까지 전면 허용하며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혔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상품 규제 완화나 절세 통장 혜택 축소로 자금을 국내에 묶어두는 방식은 증시 부양을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국내 증시로 자금이 자발적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시장 펀더멘털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으로 장기자금을 유도하려는 정책 목표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생산적금융 ISA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ISA 기능을 약화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생산적 금융은 국민의 선택지를 줄여 실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생산적금융 ISA는 정부안대로 만들고, 기존 ISA는 현행 조건을 유지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투자 환경을 향상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 실현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