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ETF 신탁 '2주 검사'…수수료 넘어 불완전판매까지 볼까
입력 2026.08.05 07:00

오는 10일부터 6개 은행 순차 현장검사
은행별 약 2주 진행…내부통제 점검 가능성
ELS 이후 판매 절차 강화한 은행권
"대규모 불완전판매 가능성 낮다" 주장
선취수수료·짧은 보유기간 놓고 시각차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를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표면적으로는 선취수수료 중심의 수수료 체계 등 ETF 신탁의 구조가 점검 대상이지만, 은행별 검사 기간이 2주에 달하는 만큼 판매 과정과 내부통제, 불완전판매 여부까지 검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5개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ETF 신탁 관련 현장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0일부터 KB국민·우리·NH농협은행 검사를 진행한 뒤 신한·하나·SC제일은행을 차례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사 기간은 은행별로 약 2주가량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주목하는 대목은 검사 기간이다. 단순히 수수료율과 목표수익률 설정 현황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서면검사나 수일간의 현장점검으로도 가능하지만, 은행별로 2주 동안 현장검사를 진행한다면 고객 가입 과정과 상품 설명, 적합성·적정성 판단, 녹취와 비대면 판매 화면 등 판매 프로세스 전반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수수료 구조뿐 아니라 고객이 선취·후취수수료의 차이와 단기매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제대로 알고 상품에 가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이나 고객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판매가 확인될 경우 ETF 신탁 문제도 홍콩 ELS처럼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은행들은 현장검사에 대비해 판매 자료와 내부통제 절차를 재점검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ELS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절차를 크게 강화해온 만큼 ETF 신탁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PB센터 한 관계자는 "이미 ELS 사태를 한 차례 거친 만큼 관련 부서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품 판매 절차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라며 "ELS만큼은 아니지만 ETF 신탁도 65세 이상 고객에게 판매할 때는 가입 과정을 모두 녹취하는 등 엄격한 판매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은행권 ETF 신탁의 수수료 체계와 매매 행태를 문제 삼았다. 금감원 조사 결과 ETF 신탁의 평균 보유 기간은 42일에 그쳤고, 전체 거래의 94.6%가 가입 후 6개월 안에 매도됐다. 그런데도 단기거래에 불리한 선취수수료가 전체의 91.7%를 차지했다.

    선취수수료는 가입할 때 투자금의 1% 안팎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인 반면, 후취수수료는 실제 보유 기간에 따라 일할 계산된다.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후취수수료가 유리하지만, 대다수 고객이 선취수수료를 선택하면서 실제 매매 기간에 적합한 수수료보다 평균 7배 이상 많은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목표수익률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ETF 신탁의 잦은 손바뀜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목표수익률이 5% 이하로 설정된 계좌가 전체의 58.1%였고, 3% 이하인 계좌도 20.8%에 달했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ETF를 자동 매도하는 신탁 구조상 증시 상승기에는 계약이 단기간에 해지되고 재가입으로 이어져 수수료 부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앞서 은행권으로부터 ETF 신탁 판매 규모와 수수료 체계, 고객별 거래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지속해서 제출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ETF 신탁 판매가 증시 상승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자 당국도 일찍부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ETF 신탁과 ELD 등 주가연계상품의 판매 급증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어 4월 은행권 간담회를 열고 상품 구조와 수수료 등 핵심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주문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이 지적한 선취수수료 비중과 짧은 보유 기간만으로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목표수익률을 예상보다 일찍 달성해 자동매도된 뒤 재가입하는 사례가 반복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후취수수료를 선택하면 보유 기간에 따라 최종적으로 얼마를 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며 "처음부터 단기간 내 매도할 계획이 확실하다면 후취수수료가 유리할 수 있지만, 매도 시점을 정하지 않고 투자하는 고객은 비용을 한 번에 확정할 수 있는 선취수수료를 더 단순하고 깔끔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선취수수료가 은행의 ETF 신탁에만 적용되는 구조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증권사에서도 PB를 통해 ETF를 거래할 경우 회사에 따라 매수와 매도 시 각각 수수료가 부과돼, 전체 수수료 부담은 은행의 선취수수료보다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영업점이나 PB를 통해 ETF를 거래할 경우 매수와 매도 때 각각 수수료가 부과된다"며 "회사와 거래 방식에 따라 왕복 수수료가 은행의 선취수수료 1%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증시 급락과 레버리지 ETF 손실이 부각된 뒤 은행의 상품 판매 책임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상품 자체에 문제가 없고 정해진 절차를 지켰더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판매 금융회사의 책임 여부부터 문제 삼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검사의 파장은 금감원이 수수료 구조의 합리성에 초점을 맞출지, 개별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와 적합성 판단 등 불완전판매까지 문제삼을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번질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2주에 걸친 현장검사가 예고된 만큼 검사 결과가 ELS 이후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관행을 다시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있다.

    은행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ELS 사태 이후 판매 시스템과 설명 절차를 대폭 강화했고, ETF 신탁 역시 선취·후취수수료의 차이와 단기 투자 시 후취수수료가 유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서와 판매 스크립트에 반영해왔다"며 "이 때문에 판매 프로세스 전반에서 구조적인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금감원이 일부 판매 과정에서 설명이 누락됐거나, 은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설명을 미진하다고 볼 가능성은 있다"라며 "구체적인 검사 기준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