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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정부안을 공개했다. 주가자산비율(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일단 '주가 누르기'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기업이 직접 입증해야 벗어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 아니냐'는 반발이 나온다.
기존에 논의되던 여당안에 비해 완화됐지만, 정부안 기준으로도 현재 100여개 상장사가 사정권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더 강력한 규제를 담은 '이소영 의원안'으로의 회귀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4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상장사의 '주가 누르기' 평가방식이 대폭 개정될 전망이다. 최근 6년간 PBR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중복상장·교환사채 발행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면 주가 누르기로 추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제시한 주가 누르기 평가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최근 13반기 중 12반기의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10%(코스닥)에 해당할 경우다. 이외 최근 1년간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면 3년간의 주가를 들여다본다. 기준일로부터 6개월, 1년, 2년, 3년의 평균액을 산정하고, 가장 큰 가액에 비해 30% 이상 낮다면 주가 누르기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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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가 누르기 기업은 상속·증여세 산정 때 적용되는 주식 평가방법이 강화된다. 원칙은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 거래소 종가의 평균액을 반영한다. 반면 주가 누르기 해당 시 해당 금액을 최소 30% 할증하거나 최근 3년간 구간별 평균액의 최대치로 계산한다.
대상 기업은 100곳을 넘어설 전망이다. 상장사 지분·재무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액티브홀더스가 정부안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최근 13반기 중 13반기 연속 저PBR 상태인 기업이 약 65곳이고, 12개 반기로 기준을 넓히면 107곳으로 증가한다. 영풍, 코오롱, 태광산업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대량 보유한 곳들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낮은 PBR을 곧바로 '의도적 저평가'로 연결하는 전제 자체가 무리라는 반발이 여전하다. 입증 의무가 납세자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가 누르기 해당 여부를 확정하는 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로 현재로선 구체적인 평가방식 및 기준을 알 수 없다.
더욱이 재평가 산식 자체는 6개월부터 6년6개월까지 여러 구간의 평균가 중 가장 높은 값을 택하는 구조로 징벌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변수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튀면 그 구간이 그대로 과세 기준이 된다. 주가에 큰 변동이 없더라도 현행 평가액에서 30%를 할증한다.
문제는 입법 과정에서 규제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정부안은 기존에 논의되던 여당 발의 개정안보다는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삼아 과세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정가치' 방식 대신 시가 체계를 유지한 채 평가기간만 늘렸다.
이소영 의원 측은 정부안이 원안의 취지를 상당 부분 후퇴시켰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서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정부안은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며 "11월말까지 심의가 진행되므로 그 전까지 문제점을 최대한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정기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안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관련, "어떻게든 협조를 얻어서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부안이 공개되기 전의 발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입법을 촉구했음에도 정부안이 비교적 절충안에 해당하는 건 그만큼 재계·투자업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며 "애초 저PBR이 곧 의도적 저평가라는 전제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었는데, 일부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상장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