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금 쌓여도 주가는 제자리…주주환원만 기다린다
입력 2026.08.05 07:00

비관적 전망 일거 씻어낸 양사 2분기 실적 발표
수급 왜곡 해소하며 주가 반등하나 했지만 잠잠
투자자 시선 이미 연말 주주환원에 몰려간 상황
투심 회복 위한 '한방' 기대…연말 환원책 시험대

  • 전방 인공지능(AI) 투자 둔화·중국 반도체 굴기 등 최근 부상한 여러 우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로 다소 진정되고 있다. 양사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순항 중이고, 전보다 더 건실해졌다는 진단까지도 나온다. 

    변동성을 키워 온 메모리 반도체로의 자금 쏠림 현상도 순차로 해소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다. 자연히 시장 시선이 양사의 향후 주주환원 계획으로 빠르게 몰려가고 있다. 

    양사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주가가 각각 22.22%, 34.92% 하락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메모리 산업에 집중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금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8월부터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8월 들어서도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전일보다 5% 안팍 약세를 보였다. 장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며 SK하이닉스는 상승 전환에 성공했지만 상승폭은 0.51%에 머물렀고, 삼성전자는 전일과 동일한 주가로 마감했다. 지난 31일 각각 26.81%, 29.95% 폭등한 뒤 이틀 내리 상승폭 절반 가까이를 토해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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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진한 주가의 원인이 메모리 사업의 펀더멘털이나 업황 불확실성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방 수요가 공급 확대 속도를 웃돌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장기공급계약(LTA) 성과를 공개했다. 메모리 산업이 과거처럼 전방 수요 둔화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구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사가 추가 LTA 확대를 예고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빅테크들의 메모리 확보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범용 제품만으로는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LTA 체결이 지속되는 구조여서다. 전방 수요 둔화는 물론 중국 업체의 공격적 증설이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모두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지난 폭락장 역시 시장 수급과 같은 사업 외적인 변수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의 부정적 전망이 시츄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등 헤지펀드의 반대매매를 유발하며 글로벌 레버리지 청산을 촉발했고,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집중돼 있었던 만큼 수급 왜곡이 확대되며 과도한 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적이나 업황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 정리가 주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을 수주형으로 바꾸고 있다고 예고할 정도이니 산업 자체는 더 건실해졌다. 그래서 섹터 연구원들도 어리둥절했던 것"이라며 "실적에 비춰보면 양사의 현재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라는 게 중론이긴 한데, 언제쯤 주가가 정상 국면으로 돌아갈지 판단하기 어려운 장세"라고 설명했다. 

    전보다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양사 주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일시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개월여 동안의 대세상승 과실이 일시 증발한 터라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양사가 앞으로 내놓을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축된 투심을 회복하고 주가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으려면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고 심리적 저지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양사 모두 연말께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겠다고 주주와 소통해왔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라며 "키옥시아 등 경쟁사들이 선제적으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목소리를 부추기고 있다. 주가 불안을 잠재울 한방이 필요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양사의 추가 주주환원 계획에 대한 시나리오 검증도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이 각각 260조원, 1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절반인 130조원, 55조원가량이 특별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부터 새로운 주주환원 3개년 계획을 시행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기 배당을 제외하고 3년간 누적 FCF의 50%를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올해를 기점으로 현금창출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만큼 추가 주주환원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3개년 주주환원 정책 역시 전보다 규모가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연초 제시한 순현금 100조원 목표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재무안전성과 주주환원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연내 잡을 수 있다고 예고해온 만큼 3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추가 주주환원 규모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SK하이닉스의 지난 6월 말 기준 순현금은 약 69조4000억원으로 불과 1개 분기 만에 34조원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증권사 다른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양사가 올해 새로 쌓게 될 현금 규모가 추정되긴 했지만, 상반기가 지나고 마침 주가도 하락하면서 환원 규모를 키우라는 주주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라며 "현금 배당이 됐건 자사주 매입·소각이 됐건 시장 기대감이 상당하다. 주주환원 윤곽이 드러나면 양사 주가 하방을 단단히 잡아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