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를 막겠다며 만든 법안이 정작 MBK에 힘을 실어준다면?
입력 2026.08.05 07:00

취재노트
MBK 겨냥한 규제, 국내 GP에 더 부담
근로자 사전 통지·보수 공개 등 치명적
"MBK를 잡으려다 더한 놈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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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정치권이 사모펀드(PEF)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MBK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패키지로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여당도 이를 하반기 핵심 입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PEF의 책임을 강화하고 제도적 허점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안대로라면 입법의도가 살아나기는 커녕, 정반대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이 내놓은 규제를 MBK파트너스를 위시한 해외 대형 PEF는 적용 받지 않는 반면, 국내 운용사만 직접적인 규제를 받게 되어서다.  

    단순한 역차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MBK 등 해외 사모펀드들이 국내 사모펀드들과 경쟁할 때 인력관리, 자금모집 그리고 M&A 등 모든 부문에서 '비교 우위'를 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MBK를 방지하려고 한 법이 되레 MBK에 힘을 실어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경영권 인수할 때 근로자 '승인', 외국계는 적용 안돼..."누구에게 팔겠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근로자 대표에 대한 사전 통지 의무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기관전용 PEF가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근로자 대표에게 향후 경영계획 등을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 법안에는 ‘통지’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 M&A 현장에서는 사실상의 승인 절차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 사모펀드들은 인수 초기부터 고용 보장과 구조조정 여부 등을 놓고 노조와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거래가 지연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연히 인수 대금이나 비용은 상승한다. 아울러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도 인수 절차를 계기로 노조 설립이나 고용 보장 요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외 사모펀드는 국내 법 적용범위에 제한이 있어 이 같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A라는 기업을 놓고 국내 사모펀드와 해외 사모펀드가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일 경우, 국내 사모펀드만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반면 해외 PEF와 일반 기업은 별다른 절차 없이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기업 경영권을 매각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시끄럽지 않고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가 종결되는 것"이라며 "국내 사모펀드에게 기업을 팔면 앞으로 매번 근로자 대표 혹은 노조와 3자협상을 벌여야 할 수도 있는데 누가 국내 사모펀드에 기업을 팔겠냐"라고 설명했다. 차라리 가격이 좀 낮아지더라도 해외 사모펀드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라는 것. 

    이렇게 되면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해외 사모펀드들이 매각자에게 더 유리한 협상 대상자가 된다. 결국 MBK방지 법안 때문에 오히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 임직원 연봉공개? 관리보수 삭감...인력들 해외 사모펀드로 이동 불가피

    임직원 보수(연봉)공개도 논란거리다. 단순히 "고액연봉이 공개되어서 불편하다"라는 수준이 아닌, 이로 인해 국내 사모펀드들의 핵심 투자인력 이탈이 예상된다. 

    현재 정부안을 비롯한 주요 입법안에 연봉이 공개되어야 할 '임직원'의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표이사만 해당하는지, 파트너와 핵심 운용역까지 포함하는지 법안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주요 임직원' 수준만 표기되어 있을 뿐, 세부적인 건 시행령 등을 통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표면상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에 제출하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국회의원등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라고 하면 모두 받아볼 수 있다. 정치권은 국정감사 및 여러 이벤트를 통해 보도자료 등으로 수시로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감독당국 제출이라고 해도 대중에 공개될 것이라는 것. 

    문제는 공개 이후다.  "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왜 사모펀드 임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제공하느냐"라는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연기금은 곧바로 관리보수(Management Fee) 삭감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이미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의 관리보수 차이는 1%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똑같은 1000억원을 투자받아 운용하더라도 국내에서 수수료를 10억원 받을때, 해외 사모펀드는 20억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보수가 더 삭감될 경우. 고액연봉을 노리고 온 고학력의 핵심 펀드매니저들은 해외 사모펀드들로 이직의 유혹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최근 글로벌 운용사들은 한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투자경험이 있는 '실무진 임직원'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결국 MBK 방지법이 거꾸로 MBK에 '핵심 투자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는 EU 사례를 연봉공개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EU는 비EU 운용사도 현지에서 펀드를 판매하거나 운용하면 AIFMD(대체투자펀드 운용사 지침)에 따른 공시·투명성 의무를 적용한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미국계 PEF도 유럽 LP를 상대로 자금을 모집하면 적용 대상이다. 다만 이는 EU 시장 진입에 따른 규제일 뿐, 임직원 개인별 보수 공개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MBK는 이미 탈한국...때늦은 규제 자칫 국민성장펀드에도 여파? 

    MBK는 금융감독원에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돼 있지만, 태생부터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에 가깝다. 미국 국적의 김병주 회장이 칼라일 출신 인력들과 함께 MBK를 설립했고, 주요 출자자 역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다. 한국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왔으며, 스스로도 ‘동북아 최대 PEF’를 표방해왔다.

    국내 사무소에 한국인 운용인력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지만, 주요 투자와 펀드 운용, 글로벌 오퍼레이션은 홍콩 등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PEF의 특성상 국내 규제만으로 운용 구조나 보상 체계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규제의 출발점이 된 MBK는 국내 투자 활동을 사실상 줄인 상태라는 점이다. MBK는 최근 신규 투자보다 기존 포트폴리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와 정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규 투자도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국내 사무소에서도 전 직급에 걸쳐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실무진은 신규 딜보다는 금융당국 대응 업무에 집중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MBK가 향후 장기적으로는 한국 투자 활동을 더욱 축소하거나 사실상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MBK 방지법'은 정작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MBK에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내에 남아 있는 GP들만 규제 부담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모펀드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려고 해도 현실성이 극히 떨어진다. 

    일례로 업계에는 최근 국회가 유럽계 대형 PEF인 EQT에 포트폴리오사인 ‘리멤버’와 관련한 자료 제출과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충분한 협조를 얻지 못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와 달리 해외 사모펀드는 한국이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시장이 아니어서 대응 방식 자체가 다르다. 즉 해외 PEF를 국내 입법이나 제도만으로 통제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자칫 이번 법안이 국민성장펀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새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적극 추진 중이다. 이들 상당수는 사모펀드 형태로 참여하고 관련 법안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미 상당수 국내 사모펀드 상당수가 국민성장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활동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들 펀드에 MBK 방지법이 적용될 경우. 정부가 육성하는 펀드에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가하면서 힘을 빼고, 해외 사모펀드에 되레 힘을 실어주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펀드 입장에서 한국은 여러 투자 시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MBK를 잡겠다며 국내 GP만 묶어두면 오히려 규제를 덜 받는 해외 대형 운용사들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