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한파에 유동화 쏠림 심화…짧은 만기에 차환 리스크도 커져
입력 2026.08.05 07:00

상반기 단기 유동화증권 349조 발행
금리 상승에 장기물 발행 여건 악화
부동산PF, 기업매출채권 위주 증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사채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유동화증권 시장의 단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 대신 단기 유동화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만기 구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차환(롤오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총 349조76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04조7308억원)와 비교했을 때 14.8% 늘었다. 같은 기간 장기물의 경우 16조223억원에서 14조5424억원으로 9.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단기화 현상의 배경으로 회사채 시장 부진을 가장 먼저 꼽는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영향으로 장기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46조6594억원, 상환액은 51조5881억원으로 발행보다 상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발행액 56조4950억원, 상환액 43조6607억원으로 순발행 기조를 보였다.

    발행 증가를 이끈 분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매출채권이다. PF 시장에서는 부실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사업성이 확보된 사업장의 본PF 전환이 이어지면서 관련 유동화 발행이 확대됐다. 

    기업매출채권 역시 기업들의 운전자금 확보 수요가 지속되면서 카드구매대금채권 등을 중심으로 발행 규모가 늘었다. 유동화시장이 사실상의 단기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장기금리가 급등한 반면 단기금리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자금조달보다 단기로 조달하거나 단기자금을 반복 차환할 유인이 확대됐다"며 "여기에 당좌수표 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하던 일부 기업이 구매전용카드대금 유동화 발행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짧은 만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유동화증권은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신규 발행을 통해 차환해야 하는 구조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차환 비용이 높아지거나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 조달이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수록 기업들은 단기물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만기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특정 시기에 만기가 집중되면 시장 전체의 유동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며 ABCP 시장이 얼어붙었던 경험도 여전히 시장의 경계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하반기에도 단기 유동화시장 의존이 쉽게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PF 사업장 재구조화 과정에서의 차환과 신규 자금 공급 수요가 이어지고, 회사채 시장 역시 순상환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우량 기업들의 공모채 접근성이 여전히 제한적인 점도 유동화시장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만기 구조가 계속 단기화될 경우 시장의 취약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상시에는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순간 차환 부담이 한꺼번에 닥칠 수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단기물 중심의 발행 구조가 고착화되면 롤오버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며 "시장 안정성을 위해서는 장기 투자 수요 회복과 만기 구조 다변화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