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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에 속도를 내면서 벤처캐피탈(VC)에 새로운 민간 매칭자금이 생길 전망이다. 다만 정책자금을 확보한 위탁운용사(GP)가 금융지주 자금까지 연이어 유치하면서 GP 간 펀드레이징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은 연내 각각 1000억원 안팎의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자사업에 착수한 곳은 하나금융이다. 그룹 관계사들이 출자한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 2026'을 조성해 하나벤처스에 운용을 맡겼다. 하나벤처스는 지난 5월 총 200억원 규모의 1차 출자사업을 공고한 뒤 6월 일반 분야 5곳과 대형 분야 2곳 등 총 7개 GP를 선정했다.
신한금융도 지난 10일 1000억원 규모의 '신한벤처 넥서스 모펀드 1호' 결성을 마쳤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이 공동 출자하고 신한벤처투자가 운용을 맡는다. 신한금융은 3분기 중 첫 출자사업을 진행해 민간자금을 포함한 총 1조원 규모의 자펀드 조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 NH농협금융도 각각 1000억원 안팎의 모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계열사별 출자 규모와 운용구조, 자펀드 출자 일정 등을 확정하는 단계다. NH농협금융은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가 공동 출자하고 NH벤처투자가 운용을 맡는 구조를 조율하고 있다.
금융지주 모펀드가 본격 가동되면 당장 민간 매칭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VC들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GP 상당수는 당초 7월로 예정됐던 펀드 결성 기한을 9월까지 연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성장펀드에 금융권 출자 수요가 몰리면서 모태펀드 GP들이 은행과 보험사, 공제회 등 민간 출자자의 확약을 제때 받지 못한 영향이다. 일부 GP는 결성을 앞두고 기존에 협의하던 출자자가 투자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모펀드가 민간 매칭자금의 저변을 넓히기보다 GP 간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 금융지주가 정책출자사업에서 선정된 GP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설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벤처스는 1차 출자사업 지원 대상을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 산업은행 등 주요 정책출자기관의 올해 출자사업에 선정된 블라인드펀드로 한정했다. 정책출자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GP는 지원할 수 없는 구조다. 다른 금융지주도 정책출자사업 선정 펀드를 중심으로 매칭자금을 공급하는 유사한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정책출자기관의 심사를 통과한 GP를 중심으로 출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운용 역량과 트랙레코드를 검증받은 데다 일정 규모의 정책자금을 확보한 만큼, 펀드 결성과 투자 집행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여러 금융지주가 유사한 선정 기준을 적용할 경우 동일한 운용사가 정책자금에 이어 복수 금융지주의 출자금까지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책자금을 확보한 GP에는 금융지주 자금까지 추가로 몰리는 반면, 정책출자사업에서 탈락한 GP는 민간자금에 접근할 기회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출자사업 선정 이력이 부족한 루키 GP나 중소형 VC는 정책자금과 금융지주 자금 양쪽에서 모두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나벤처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금융지주 벤처모펀드 운용사들도 정책기관 선정 GP를 중심으로 자금 배분을 계획하고 있다"며 "GP의 펀드 결성난을 완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정책출자사업 선정 이력이 다른 출자사업의 사실상 지원 자격처럼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출자사업 선정 이력이 부족한 루키 GP나 중소형 VC는 정책자금과 금융지주 자금 양쪽에서 모두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