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굳이"…SK하이닉스는 ADR 나스닥 상장 왜 추진한 걸까
입력 2026.08.06 07:00

취재노트
나스닥 자금 끌어올 교두보 짓다가 중단한 상태
펀저빌리티 막혀 있으니 ADR 프리미엄 고착화
금양 선례가 글로벌 대형주 발목 잡는 아이러니
감사원 감사에 9월 국감까지…몸 사리는 금융당국
제도적 한계 명확한 줄 몰랐을까…볼멘소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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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기업의 기존 예탁증권(DR) 사례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 보통주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로 전환하려면 발행사가 규제상 신고 절차를 진행해야 할 수 있다. 해당 절차에는 통상 수 주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향후 ADR 비중 확대는 규제환경을 종합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반도체발(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가 ADR 나스닥 상장 이후 양방향 펀저빌리티(상호전환) 문제에 대해 처음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인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국 규제 문제로 ADR을 원주로 전환할 수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회사도 잘 모르겠다는 의중으로 비친다. 

    코스피-나스닥 연결하는 다리 절반만 지어둔 꼴

    투자업계에서는 애초 ADR 상장을 양방향 펀저빌리티 도입까지 포함한 하나의 패키지로 받아들였다. 메모리 사업 호황으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나스닥행을 택한 건 자금조달 자체보다도,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혀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를 감안하면 현재 SK하이닉스의 ADR은 다리를 짓다 만 상태로 비유된다. 막대한 투자자풀을 보유한 나스닥으로 가는 다리는 놓았음에도 연결도로를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리가 있어도 양쪽에서 진입을 못하니 원주와 ADR 가격이 따로 노는 상태에서 교류가 끊겨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나스닥 ADR만 프리미엄을 누리고 코스피에 있는 원주가 눌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코스피보다 큰물인 나스닥에 발행주식 2.5% 정도만이 유통물량으로 풀려 있다. 희소성 때문에라도 원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일부 해외 투자은행들은 ADR 상장 직후 원주를 매도하고 ADR을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 의견이 맞아떨어지게 됐다.

    30일부터 ADR을 원주로 전환하는 건 가능해졌다. 그러나 나스닥에서 ADR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코스피로 넘어올 이유를 찾기 어렵다. 가격 괴리가 사라진다고 한들, 돌아올 방법이 막막한 만큼 다리 자체를 사용할 이유도 사라지게 됐다. 기관에서 가장 우려했던 과거 대만 TSMC 전철을 따라가는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단순히 SK하이닉스 원주만 저평가되는 문제가 아니다. 올 들어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23%를 차지하는 초대형주로 올라섰다. ADR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동안 원주 가치가 상대적으로 할인되면, 그 영향은 코스피 전체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수 비중이 큰 삼성전자 등 다른 대형주 역시 패시브 자금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시장 전체의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30일 삼성전자도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이 같은 상황을 빗대 ADR 상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제한된 수의 주식이 해외시장에 유통되니 국내 원주와 가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주주를 포함해 전체 주주에게 실제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방향 펀저빌리티가 도입되지 않는 한 국내 주주들만 저평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펀저빌리티 막힌 반쪽 ADR…규제 탄생 배경은 더 황당

    SK하이닉스가 언급한 규제환경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찾아보면 더욱 당혹스럽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유통 중인 주식을 해외시장 DR로 전환하려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최초 주식(지분증권) 발행 당시 이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절차를 거쳤더라도, DR을 별개 증권으로 보고 동일한 절차를 다시 요구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동일한 기초자산에 대해 공시 의무를 반복 부과하는 것이 중복규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해석이 자본시장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2023년 금양이 기존 보통주로 ADR 발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유권해석이 사실상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당시 금양의 ADR 발행은 무산됐고, 이후 회사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이 금양 사례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판단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규제 해석을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상장사에 예외 없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별개 문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를 거쳐 40조원 규모 공모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검증을 거친 기업과,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을 동일한 규제 잣대로 다루는 것이 균형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ADR 이후 SK하이닉스 글로벌 위상을 당국이 잘 모르는 것 같다. SK하이닉스 투자자 보호 책무가 부족하다면 ADR 자체가 불가했을 것"이라며 "차익거래를 준비해 온 기관들에게 금양 선례가 발목을 잡는다는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 책임론에 후속 제도 개선 주저하는 당국

    SK하이닉스와 자문기관도 이런 문제를 동일하게 인지하고는 있다. 시장에서도 신주 발행 방식의 ADR을 허용했다면, 양방향 펀저빌리티까지 도입해 제도를 완성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래야 당초 취지를 달성하는 동시에 국내외 시장 간 가격 괴리 등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으로 후속 제도 논의를 사실상 진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감사원에서 레버리지 ETF 졸속 출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고, 불과 두 달여 뒤엔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다. 증시 정책을 두고 정치권 책임공방도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가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 보통주의 ADR 전환 문제를 해결해줄 생각이 없으니 예탁결제원에서도 ADR 유통물량 확대에 복지부동인 상황"이라며 "이럴 거면 SK하이닉스 ADR을 왜 추진한 건가 싶다"라고 전했다. 

    레버리지 ETF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마당에 당국이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필요한 제도 개선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시장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양방향 펀저빌리티 도입을 보류하는 것 역시 하나의 정책적 선택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원주 저평가가 고착화되고 코스피 지수 왜곡과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이 역시 고스란히 금융당국의 정책적 책임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괜히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레버리지 ETF 문제를 수습한다며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더 나은 선택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책임을 금융당국에만 돌리기도 어렵다. ADR 상장을 추진한 주체는 결국 발행사 SK하이닉스다. "현행 규제상 어렵다"거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식의 원론적 설명을 남의 일인 것처럼 발언한 것을 두고도 아쉬운 목소리가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도적 한계가 명확했다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ADR을 추진한 것인지, ▲그렇다면 후속 제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 산더미이다. 이에 대한 설명이 왜 부족한지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