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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탈(VC) 출자에 소극적이었던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하반기 들어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 현재 공고 후 심사가 진행 중인 출자사업과 하반기 예정 물량을 합하면 2조원대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출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거나 운용사 선정 요건이 강화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출자시장도 전면적인 회복보다는 트랙레코드와 펀드 결성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선별 출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최근 '2026년 국내 PE·VC 블라인드펀드 선정계획'을 공고했다. 총 출자 규모는 3000억원으로, PE 부문에 2000억원, VC 부문에 1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PE 운용사 8곳과 VC 운용사 10곳 안팎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군인공제회의 국내 PE·VC 출자액은 총 4800억원이었다. PE 부문은 34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VC 부문은 14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PE 부문에는 블라인드펀드 운용 경험과 관련한 요건도 새로 추가됐다. 하반기 대규모 정기 출자사업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출자 규모와 선정 기준은 지난해보다 보수적으로 정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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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기금도 총 2700억원 규모의 국내 PE·VC 운용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PE 부문에 1800억원, VC 부문에 900억원을 배정했다. 각 부문에서 3개 운용사를 선정해 PE에는 운용사당 600억원, VC에는 3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PE 부문에 지원하려면 15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다른 기관투자가로부터 펀드 결성 목표액의 30% 이상 또는 500억원 이상의 출자의향서(LOC)도 확보해야 한다. 산재보험기금은 8월 초 최종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용하는 노란우산도 PE·VC 통합 출자사업을 진행 중이다. 출자 규모는 총 3000억원 이내로, 10개 안팎의 운용사를 선정한다. 운용사별 출자액은 100억~800억원이다. PE와 VC의 세부 배분액은 정하지 않고 지원 현황과 심사 결과에 따라 출자금을 나눌 예정이다.
노란우산은 앞서 지난 5월에도 국내 VC 블라인드펀드에 2000억원을 출자하는 별도 공고를 냈다. 최대 10개 운용사를 선정해 운용사당 100억~300억원을 배정하며, 최종 선정은 8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7월 시작된 PE·VC 통합 출자사업은 9월 최종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현재 총 1000억원 규모의 VC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형 리그에 600억원, 소형 리그에 400억원을 배정해 최대 7개 운용사를 선정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형 리그가 빠졌고, 전체 출자액도 152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VC 운용사 선정이 끝난 뒤에는 PE 출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르면 9월 PE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공고하고 연내 운용사 선정을 마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출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예년 수준을 고려하면 5000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국내 PEF에 총 7000억원을 출자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도 하반기 정기 PE·VC 출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운용사 평가와 실사를 담당할 외부 기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통상적인 일정대로라면 이달 중 출자사업 공고를 낸 뒤 연말 최종 운용사를 선정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의 지난해 출자액은 PE 1700억원과 VC 1400억원 등 총 3100억원이었다. 공제회 측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분야별 배분액은 정식 공고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PE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신규 펀드 설정과 자금 모집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르면 추석 전 국내 블라인드 PEF 출자사업을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출자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중·소형 운용사를 대상으로 총 2500억원을 출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도 국내 PE 블라인드펀드 운용사 한 곳에 300억원을 출자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최종 운용사 선정은 9월로 예정돼 있다.
공고된 출자액과 기관별 예상 물량을 단순 합산하면 하반기 시장에 대기 중인 PE·VC 자금은 2조원대다. 군인공제회와 산재보험기금,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미 공고가 나온 물량에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의 예상 출자액을 더한 규모다. 아직 정식 공고가 나오지 않은 기관의 출자액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PEF 출자 재개 여부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지난 22일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공개했는데, 오는 9월 출자사업을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까지 국내 PEF 출자에 나설 경우 하반기 실제 출자 규모는 현재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상반기 기관 출자가 위축된 배경에는 증시 강세에 따른 자금 이동과 기관별 가용자금 감소, 기존 PE·VC 펀드의 회수 지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회원 예탁금과 공제부금의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데다, 기존 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신규 출자를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았다.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중 자금이 예·적금 등으로 돌아오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나면서 기관들의 자금 여건에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신규 유입 자금과 기존 펀드의 회수·캐피털콜 추이를 확인하면서 실제 출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출자사업은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탈락한 PE·VC에도 중요한 자금 조달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에 선정된 운용사에는 위험가중자산(RWA) 특례를 활용하려는 은행권 매칭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성 출자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운용사들은 연기금과 공제회 자금을 확보해야 펀드 결성을 이어갈 수 있다.
한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하반기 출자 재개를 유동성의 전면적인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라며 "출자에 나선 기관들도 지난해보다 출자 규모를 줄인 데다, 운용 경험과 외부 출자확약 등 선정 요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