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게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6.08.06 07:00

취재노트
한국앤컴퍼니그룹, 롯데렌탈 인수 저울질
지주사 또는 한국타이어 통해 추진할 듯
조 회장 가석방으로 검토 탄력 받을 듯
주주환원 기대한 외국인 지분율만 40%
대규모 반발 움직임에 제동 걸릴 수도

  •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롯데렌탈의 경영권 인수를 심도있게 검토 중이다. 조현범 회장이 가석방되면서 한국타이어 측이 인수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단 평가다.

    조 회장은 수감 중에 직접 해당 거래를 챙겼을 정도로 높은 인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롯데렌탈은 유력 원매자로 거론돼 온 TPG가 막판 단독 협상 중인데 여기서 결론이 안나면 한국타이어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시장가 대비 약 2배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어피너티의 가격에 얼마나 가깝게 접근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인수를 진행한다고 해도 어느 회사를 인수주체로 할지 확정하지는 못했다. 그룹은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와 핵심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중 어느 곳을 주체로 내세울 지와 관련해 장고에 돌입했다. 다만 어떤 곳이 주체로 나서든 조(兆) 단위 M&A를 추진할 여력은 충분하단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6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부채비율이 10% 수준이란 점에서 차입을 일으킬 여력이 남아있다. 현행법 상 지주회사는 자본총액의 2배 이상의 차입을 일으킬 수 없고, 부채비율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는 여유가 많은 편이다.

    지주사가 직접 참여해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국타이어에 이어 또 하나의 중심 사업 축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롯데렌탈이 연간 3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과 1000억원 수준의 순이익 등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배당을 통해서 지주사 또는 지주사 주주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조현범 회장이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약 42%)을 자회사 한국타이어(약 7%)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단 점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롯데렌탈의 인수과정에서 롯데오토리스 등 금융회사가 포함돼 있단 점은 변수다. 금산분리 등 인수를 위해 풀어야 할 실무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또한 조현식 고문과의 경영권 분쟁 상황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차입을 일으켜 인수를 추진할 경우 조 고문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반발을 예상해 볼 수 있단 평가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는 무리한 차입 없이도 인수 추진이 가능하다. 1분기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 2조7000억원 수준이다. 본업의 호황으로 지난해만 약 1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역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현금이 더 쌓일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한국타이어가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여기도 변수가 적지 않다. 

    시가총액 3조원 규모인 한온시스템의 지분 51%를 확보하는데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만 3조원이 훌쩍 넘는다. 내년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지분 일부를 되사야 하는 자금만 수천억원 대에 달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사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주주들은 배당 및 주주환원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회사의 주가수익배율(PER)은 7.5배 수준으로 동종업계(9.9배) 대비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65배로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양호한 사업 실적과 조 단위의 보유 현금, 이를 바탕으로 주주 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투자자 비중도 늘어났다. 지난해 35% 수준이던 외국인 비중은 현재 40% 수준까지 도달했다. 최근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Fund Advisors)은 장내매수를 통해 5.2%가량 보유한 주요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롯데렌탈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타이어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통되는 주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실망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거나, 일부 대형 기관을 중심으로 주총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재무적 또는 경영상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건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또다시 대규모 지출이 발생할 경우 주주 환원에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인수한 한온시스템의 실적 기여도가 여전히 미미한 상황에서, 사업적 시너지가 모호한 롯데렌탈의 인수를 추진해야 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중순 배당정책 발표를 통해 20% 수준이었던 배당성향을 향후 3년간 35% 수준까지 확대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엔 창립 이래 최초로 중간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주요 거점 국가에 대한 증설 계획이 구체화하면 자금 소요가 커지게 될텐데 여기에 1조5000억원 내외의 M&A 자본 지출이 발생하면 회사의 주주환원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며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이 환원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M&A를 추진할 경우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타이어는 과거 롯데렌탈의 전신인 KT렌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시너지와는 별개로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인수를 추진했다. 이에 이번에도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렌터카 시장은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사실상 2강 체제가 공고하다. 또 개별 금융사 위주로 사업이 전개되다 보니 M&A 시장에 렌탈 사업자 매물이 등장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국회에선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의무공개매수를 추진해야한다는 법안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롯데렌탈 인수전은 비교적 낮은 비용을 들여 렌탈 시장에 진입할 마지막 기회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