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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법 규제 때문에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황당한 뜬소문이 돌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둬놓고도 주가가 반토막난 터에 주식시장 조급증이 커지는 과정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 관련 규제나 절차상 제약으로 주주환원 등 새로운 주요 정보를 얘기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발언했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 ADR 공모자금이 유입되며 보유 현금이 크게 증가했으니, 향후 주주환원을 포함해 자본배분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기관투자자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발표회 당일부터 텔레그램과 트위터, 스레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나스닥 상장사 위상에 부합하는 투자자 설명회(IR)로 보기 어렵다'거나 '주주환원 계획이 미흡해 주가가 빠지고 있다'는 등 분석들이 오르내렸다. 한 달여 전 미국 마이크론의 장기공급계약(LTA) 전략 발표 사례를 들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이 담겼다.
이틀 후인 31일, 일본 키옥시아가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며 8000억엔(원화 약 7조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과 50% 수준 총주주환원율(TSR) 목표치를 제시하자 비교하는 목소리에 점점 더 살이 붙기 시작했다. 실제로 키옥시아는 당시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지만, 주가는 주주환원·액면분할 계획에 호응하며 17% 이상 상승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주목받은 정보가 '미국 증권법 시행규칙 Rule 174(d)'이다. 해당 규정은 SK하이닉스 ADR과 같은 공모증권을 판매·중개하는 브로커딜러의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를 담고 있다.
정확한 조문은 '공모일로부터 25일이 경과한 이후에는 '딜러의'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가 없다(No prospectus need be delivered after the expiration of twenty-five calendar days after the offering date)'이다. 어디까지나 ▲투자자들이 달력일 기준 25일 동안 ▲SK하이닉스 ADR 투자설명서와 관련 공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증권 딜러에게' 교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발행사인 SK하이닉스의 공시나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그러나 IR 당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기에는) 관련 규제나 절차상 제약이 있다"는 발언과 버무려지더니 어느새 '규제가 풀리는 순간 SK하이닉스가 특별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다'는 뜬소문으로 발전했다.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을 비롯한 새로운 자본배분 정책에 대한 발언을 아낀 배경에 ADR 공모 직후의 공시 부담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Rule 174(d)가 발행사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은 아니지만, 딜러가 판매하는 상품(ADR) 자체는 SK하이닉스 보통주를 기초로 발행됐고, 상품 설명서에 해당하는 미국 증권신고서(F-1)나 투자설명서 역시 SK하이닉스가 SEC에 제출했다. 상품 판매를 개시한 지 한 달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제조사가 새로운 중대정보를 내놓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공모 직후에는 평시보다 공시·법률 검토 부담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권신고서(F-1) 효력이 발생하고 ADR 공모 투자설명서가 공시된 날은 7월 9일이다. 달력일 기준 25일 후는 8월 5일이 된다. 이날부터 공모 직후의 공시 부담이 일부 완화됐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시장에 오르내린 뜬소문은 마치 SK하이닉스가 규제 때문에 그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자본배분 정책을 감춰야만 했던 것처럼 살이 붙었다. 일각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SK하이닉스 주식 약 48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한 사실까지 뜬소문과 연결짓는 해석까지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100조원 규모 주주환원설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뜬소문에 불과하다"라며 "회사는 이미 연초부터 순현금 100조원 목표와 주주환원 확대,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올해 순현금 100조원을 중장기 재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목표치로 제시해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87조9580억원을 기록했다. 순현금 규모는 약 69조4000억원으로 파악된다. 7월 이후 키옥시아 지분 매각대금과 함께 ADR 공모자금이 새로 유입된 만큼 순현금이 100조원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 3분기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사회가 분기 결산과 재무제표 확정 절차를 거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의결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도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기다리고는 있지만, 회사가 이미 연내 공유하겠다고 시간을 벌어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는 어차피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해외 경쟁사 규모를 훨씬 넘어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시장의 조급증이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