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별손보 '1조 투입' 속 예보료 개편…손보업계 "형평성 우려"
입력 2026.08.07 07:00

생보보다 부채 적은 손보가 예보료 더 내…"구조적 모순 해결해야"
예별손보 인수 지원금 1.1조…손보업계 "기금 부담 전가" 우려
자본 확충할수록 예보료 증가?…"IFRS17 산식 개편 신중해야"

  •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예금보험료 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별 예보료 산정 방식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예별손해보험 정리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의 대규모 기금 지출까지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는 기금 부담이 손보사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예보는 지난달부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예보료율 재산정에 나섰다. 이번 개편은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추진되는 사항이다.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5000억원→1억 원)에 따른 기금 재원 확충이 예보료 인상을 골자로 한 개편 시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당국과 예보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권별 적정 예보료 규모와 요율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중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2028년 납부분부터 새로 바뀐 요율을 적용할 전망이다.

    예보료는 부실금융기관이 고객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예보가 걷는 법정 부담금이다. 현행 예보 체계는 평시에 기금을 미리 쌓아두는 '사전적립방식'과 일정 적립 기준을 두고 감면·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목표기금제'를 결합해 운영된다. 목표기금 하한 도달 시 예보료를 감면하고 상한 도달 시 면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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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행 법정 표준 예보료율은 시중은행 0.08%, 보험 및 금융투자업권 0.15%, 저축은행 0.4%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업권별 분담액은 은행이 7630억원으로 제일 많았고, 그 뒤로 손해보험사(1275억원), 생명보험사(819억원), 금융투자사(390억원), 저축은행(217억원) 순으로 예보료 부담액이 부과됐다.

    이 중 보험업권의 예보료는 책임준비금(부채)과 수입보험료의 산술평균에 예보료율을 곱해 산출된다. 해당 산식 구조는 산술평균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책임준비금이 전체 예보료의 약 90%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목표기금이 정액이 아닌 책임준비금의 일정 비율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채 성격인 책임준비금이 늘어날수록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예보료도 같이 증가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산정 체계가 업권 간 실질 외형 격차를 반영하지 못해 형평성 왜곡을 낳는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우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생보업권의 자산총계(905조5000억원)와 책임준비금(679조1000억원)은 손보업권(자산 358조5000억원, 책임준비금 279조1000억원)보다 2~3배 이상 크다.

    하지만 실제 납부액은 거꾸로 뒤집혔다. 2024년 손보업계가 납부한 예보료는 1275억원으로, 생보업계 대비 55.7%나 많았다. 자산 규모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예보료를 훨씬 더 많이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는 2009년 도입된 '목표기금제'의 하한선이 15년 넘게 고착화된 결과다. 제도 설계 당시 리스크 수준이 낮게 평가돼, 목표기금 하한선이 낮게 설정된 생보사는 기준을 쉽게 충족해 예보료 감면 혜택을 누렸다. 반면 감면을 받지 못한 손보사는 외형이 훨씬 작음에도 불균형한 '고부담'을 지속해서 짊어져 온 상황이다.

    손보업계의 불안감은 이번 예보료 재산정 논의로 한층 고조된 모습이다. 예보료 재산정 관련 연구용역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IFRS17 책임준비금 반영 산식 개편' 때문이다. 현재 예보료 산술 방식에 반영된 IFRS4 기준 책임준비금 규모를 IFRS17 기준으로 최신화해 실질적 부채와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IFRS17 체계에서 책임준비금은 금리, 해지율, 위험조정 등 각 보험사가 설정하는 계리적 가정에 따라 민감하게 상향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로 현행 규제상 자본 적정성을 높이려는 손보사의 노력이 자칫 부채 평가액 증가로 이어져 예보료 부과 부담만 상승하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더해 손보사 예보료율을 집중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며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일각에서는 예별손보 정리 과정에서 확정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부담을 손보업권이 분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OK금융그룹의 예별손보 인수가 추진되면서 예보 손해보험 계정에서 약 1조1400억원의 출연금이 지출될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권은 과거 부실 사례로 예보 기금을 사용한 이력도 적고 그간 축적된 기금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실 위험에 비례해서 기금 적립 기준이 설정되고, 회계제도상 자본 확충과 부채 증가가 상충하는 부분도 이해관계자별 논의를 통해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예보 측은 손보업권을 겨냥한 급격한 요율 인상설과 '예별손보 연계설'에 선을 그었다. 동시에 낡은 목표기금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특정 업권을 겨냥하는 방식이나 예별손보 인수 건을 고려하며 예보료율 인상 및 조정이 진행된다기보다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객관적인 계량 모형 구축과 데이터 검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합리적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