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도내는 CJ제일제당 리밸런싱…지주사 CJ㈜ 보폭 맞추기가 관건
입력 2026.08.07 07:00

CJ제일제당, 실적 악화에 한계 사업 정리 시작
각 계열사, 신규투자·구조조정 등 각자 한다지만
리밸런싱 빠른 성과 내려면 의사결정 구조 중요
매각 철회 자회사도 여럿…CJ㈜ 속도에 이목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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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제일제당이 사업 구조 개편(리밸런싱)에 나선 가운데 지주사 CJ㈜가 그 속도에 발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CJ그룹은 각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지주사는 참여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택했다. 그러나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의사결정이 엇갈렸던 움직임도 함께 나타났던 만큼, 리밸런싱 과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지주사와의 협응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발표한 리밸런싱 계획의 일환으로 식품소재사업의 일부인 전분당 사업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앞서 성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계 사업들은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전분당을 비롯한 식품소재 사업 전반의 규제 위험(리스크)이 커지면서 우선적으로 매각 대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담합을 이유로 전분당 사업자들에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도 매각 추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과징금을 내는 것을 넘어 향후 규제 강화로 인한 제품 가격 인하나 시장 경쟁 심화 등이 동반될 경우 수백억원 정도를 남기는 사업들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정위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CJ제일제당 성장 정체가 이어지며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K-푸드 열풍에 핵심 제품 몇몇 해외 매출이 늘어 북미, 유럽 공장 증설을 결정했으나 재무 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외 사업이 부진하면서 CJ대한통운을 제외하고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만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꺾이며 현금 창출 역량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사업 집중과 차입 부담 완화를 위해 비주력 자회사 등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앞서 브라질 농축대두단백(SPC) 생산기업 CJ셀렉타 매각은 철회했고, 사료·축산 기업인 CJ피드앤케어는 수년간의 시도 끝에야 지난해 매각했다. 이들 모두 미래 성장성이 크지 않고, 국제 정세 등에 제품 가격이 영향을 받아 실적 변동성이 큰 사업이다.

    전분당 사업은 물론 CJ제일제당이 향후 추진할 리밸런싱에도 우려가 뒤따른다. 매각이 흐지부지됐던 전례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주사와의 협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리밸런싱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계열사들이 기존 사업을 정리하거나, 신규 사업을 인수할 때 지주사가 반대한 전례가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각 계열사 내부에 인수합병(M&A) 조직을 두고 있고, 의사결정 역시 계열사 상호 공유 없이 각개전투 형태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주사 권한이 막강해 결국 최종 결정은 지주사를 거치게 되는데, 지주사가 깊이 관여하지 않고 투자 성향도 달라 계열사 결정에 비토를 놓은 전적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CJ그룹 특유의 '장고'도 향후 진행될 리밸런싱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앞서 식품과 바이오 등 성장 사업 중심으로 굵직한 M&A가 나왔지만, 현재도 신규 투자나 시장 진출 관련해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드린다"는 한탄이 내부에서 나왔을 만큼 계열사 각각은 물론 지주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밸런싱 과정에서도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이 최근 계열사 간 연결 강화를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핵심 계열사의 자산 정리, 사업 조정 성패를 가르는 데 그룹 차원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CJ제일제당으로서도 식품, 물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리밸런싱을 늦출 여력이 많지 않다.

    향후 지주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CJ그룹 내 M&A는 지주사의 포트폴리오실이 담당했다. 해당 조직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거치며 포트폴리오전략그룹으로 변모했고, 그룹 내 구조조정 성격의 거래들에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현재로 일종의 본부처럼 기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리밸런싱은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가 올해 초 발표한 '기업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 구조 변화 및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이라며 "대규모 거래는 지주사에 내용이 일부 공유될 수 있겠으나, 작은 규모의 구조조정은 물론 이번 리밸런싱은 모두 CJ제일제당 선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