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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글로벌 대형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밸류에이션 적정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 사업 구조가 유사한 상장사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교기업 선정 기준과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6일 인공지능(AI) 자율비행 드론기업 니어스랩은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상장 이후 전략을 밝혔다. 니어스랩은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니어스랩은 공모가격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미국 RTX와 록히드마틴,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곳을 선했다.
니어스랩과 비교기업 간 체급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어스랩은 지난해 매출 67억원,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비교기업들은 미사일, 항공기, 레이더, 우주·방산 시스템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RTX가 123조3292억원, 록히드마틴이 104조4616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6조7029억원으로, 니어스랩과 비교하면 수천 배에서 1만 배 이상 규모 차이가 난다.
사업 구조도 다르다. 니어스랩은 대드론 하드킬과 군집 타격 솔루션 등 디펜스 사업과 풍력발전기 점검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 비교기업들도 드론이나 무인체계 사업을 영위하지만 항공기와 미사일, 레이더 등 다각화된 사업과 대규모 장기 수주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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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스랩은 2029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비교기업 평균 PER 44.41배를 적용해 평가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개별 PER은 록히드마틴 24.58배, RTX 33.34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78배,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58.34배, 엘빗시스템즈 69.01배다. 산출된 주당 평가가액에 22.85~43.82%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3만~4만1200원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지난달 21일 정정신고서에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 아웃라이어 산정 기준 적용에 따른 위험'도 새로 추가했다. 상당수 신규 상장사가 PER 50배 이상을 비경상적 수치로 보고 제외한 사례가 있는 것과 달리 니어스랩은 70배를 제외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공모가가 장기적으로 인정받을 기업가치보다 높게 결정되거나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지했다.
정연중 니어스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유사한 기업으로 마지막 투자 단가 기준 9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안두릴인더스트리즈 등이 있지만, 상당수 드론기업이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고 비상장사여서 비교기업으로 선정하기 어려웠다"며 "상장사 가운데 드론 사업을 의미 있게 영위하는 기업들을 선정했다. 주관사가 환매청구권을 부여한 점도 참고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고평가 논란을 빚은 기술특례 상장 사례는 니어스랩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수술기구업체 리브스메드는 메드트로닉과 스트라이커, 인튜이티브서지컬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리브스메드보다 약 420~1731배 컸다. 리브스메드는 비교기업 평균 PER 45.5배를 적용한 뒤 27.13~41.70%의 할인율을 반영해 희망 공모가를 산정했다. 회사는 국내에 적절한 비교 대상이 없어 해외에서 직접 경쟁하는 기업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리브스메드는 희망 범위 상단인 5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해 시가총액 1조3564억원으로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는 4만9600원으로 공모가를 밑돌았다. 주가 부진의 원인을 비교기업 선정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모 과정에서 제기된 고평가 우려가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랩오토메이션기업 큐리오시스도 써모피셔사이언티픽과 워터스, 메틀러톨레도, 레비티 등 글로벌 생명과학·분석장비 기업을 비교군에 포함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이후 워터스를 제외하고 써모피셔사이언티픽과 레비티, 메틀러톨레도, 얼라인드제네틱스 등 4곳을 최종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적용 PER도 기존보다 낮췄다.
기술특례 상장사들의 상장 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기술특례 기업 42곳 중 28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의 단순 평균은 6.2%이지만 중앙값은 -25.7%였다. 로킷헬스케어와 코스모로보틱스, 오름테라퓨틱 등 일부 종목이 100% 넘게 상승하면서 평균을 끌어올린 반면 조사 대상 세 곳 중 두 곳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또한 피어그룹을 확장하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완전히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라며 "기존에 크래프톤이 월트디즈니를 피어그룹에 넣었다가 정정요구를 받은 사례처럼 비교기업 선정 기준이 넓어질수록 사업 구조와 규모 차이가 기업가치 산정에 왜곡을 줄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