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3연임 제한, 이사회 '면죄부' 될 수도
입력 2026.08.10 07:00

취재노트
현직 회장에 기울어진 승계구조
자동 퇴장에 가려지는 이사회 책임
'최대 6년 보장'으로 변질될 가능성
회장 '대신' 자르는 법, 책임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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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또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최근에는 변동성이 커진 증시 대응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 등 시급한 현안에 밀려, 지배구조 개선 논의 자체가 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선 논의는 장기 재임한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내에 우호 세력을 구축하고 승계 절차까지 장악하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개선안에 담길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논란이 커졌다.

    3연임 제한은 과격한 처방이라는 지적이 논의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물론 지분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에게 분산돼 현직 회장을 견제할 뚜렷한 대주주는 없는 반면, 회장은 계열사와 임원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잠재적 경쟁자를 밀어내고 우호적인 사외이사 진용을 구축할 여지도 그만큼 크다.

    문제는 3연임 제한 명문화가 '퇴장 규칙'일 뿐, 재임 기간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금융권에서는 해당 규제 도입시 그동안 회장을 평가하고 필요하면 교체해야 했던 사외이사들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지배구조의 진짜 문제는 회장의 임기가 세 번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보다는, 첫 번째나 두 번째 임기 중 성과가 미흡하거나 내부통제에 실패한 회장을 물러나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회장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현직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연임 결정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3연임을 제한해 회장을 자동 퇴장시키면 이사회는 가장 어려운 판단을 피할 수 있다. 회장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거나 대체 후보를 치열하게 검증할 필요 없이 "법정 임기가 끝났다"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장기 재임을 막으려던 규칙이 사실상 '최대 6년은 보장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만 바뀐다고 구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회장을 선택하고 감독하는 이사회가 그대로라면 전임 회장의 영향권에 있는 인물이 후임이 되는 승계가 반복될 수 있다. 법이 퇴장을 대신 결정하는 순간, 이사회가 재임 중 회장의 경영 성과와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를 제대로 검증했는지도 드러나지 않게 된다.

    3연임 제한 논의는 결국 '이사회가 회장을 얼마나 충실히 평가하고 견제했는지'를 확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결과는 사외이사 재선임 심사와 이사회 평가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판단의 근거만 공개하고 선택의 결과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사회 책임론 역시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법이 회장을 대신 잘라주는 순간, 정작 회장을 평가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