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버젓이 있는데…'법정평가액' 밀어붙이는 與에 자본시장 '부글'
입력 2026.08.07 13:54

민주당, 'PBR 0.8배 기준·보충적 평가방법' 연속 발의
업계 "시가 있는데 왜 부정하나"…자본시장 논리 지적
정부안은 '상대평가' 적용했지만 PBR 기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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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상속·증여세 산정 시 '주가' 기준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여당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로 세금을 매기는 한 대주주들이 주가를 눌러두는 관행이 지속될 것이란 게 여당 논리다. 반면 업계는 시가를 부정하고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곧 '주가 누르기'로 단정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PBR이 0.8배 미만일 경우 상장 주식의 평가 시 '비상장 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앞서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상장 주식 평가 시 저PBR 상장사에 한해 평가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최장 6년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4개월 평균 종가에 30% 가산한 금액과 6년6개월 내 구간별 평균액 중 더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이에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효성이 없다"며 공개 반발했고, 이훈기 의원이 원안의 취지를 이어받은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정부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최종 규제 수위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증법상 평가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시가가 있으면 시가를 쓰고, 시가가 없거나 예외 요건에 해당하면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한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순손익가치(수익가치)와 순자산가치로 계산하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삼는다. 

    이 같은 움직임에 자본시장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법상 객관적인 가치로 인정되는 '시가'를 무시한 채 법정 평가액을 적용하는 건 자본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상장주식의 매매 거래가액은 공개된 시장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에 의해 형성된 가격으로, 시가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세법의 기본 대원칙은 시가가 있으면 시가로 평가하라는 것인데, 여당안은 이 원칙에 반한다"고 짚었다.

    특히 여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순자산가치·수익가치 평가 방식(보충적 평가방법)은 비상장주식에 한해 적용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법정 평가액과 기업들이 직접 인식하는 가치가 다를 경우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작 보충적 평가방식이 더 큰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시가 대신 해석 여지가 큰 순자산가치 등을 과세 기준으로 삼을 경우, 평가 방식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늘고 과세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 변호사는 "비상장주식도 원칙은 시가 우선이라, 제3자 간 매매 사례가 있으면 그 가격을 우선 적용한다"며 "다만 거래가 빈번하지 않다 보니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법정 평가액과 현금흐름할인법(DCF) 등 공정가치의 괴리로 분쟁이 잦았다"고 말했다.

    여당이 다시 'PBR 0.8배'라는 단일 기준을 꺼내 들면서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PBR이 0.8배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주주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고 있다고 보는 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업종별 상대평가(코스피 하위 25%·코스닥 하위 10%)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위원은 "PBR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함수로, PBR을 높이려면 ROE를 높여야 한다"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보니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 등을 통해 이익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가 활발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까지 '눌렀다'고 보는 발상 자체가 우리 자본시장을 후진적으로 전제하는 것"이라며 "이런 논리대로면 자본시장 참여자 전체를 작전 세력으로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시가 원칙을 유지한 정부안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정부안 역시 PBR을 '주가 누르기'의 기준으로 본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업종이라도 설비투자(CAPEX) 상황 등에 따라 PBR이 달라질 수 있어, 업종 평균이나 상위사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개별 기업에는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정 기준에 주가가 미달하게 되면 벌을 받게 되니 회사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릴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우리는 '주가 조작'이라고 한다"며 "규제의 불확실성과 비연속성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