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스톤 시행 석 달 앞으로...전산·실사 놓고 준비 혼선
입력 2026.08.10 07:00

코너스톤 11월 시행 앞두고 증권사 실무 혼선
실사보고서·전산 구축 등 세부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
기관투자자 확보 위해 법인영업·해외 신디 활용 검토
무신사 등 대형 IPO 앞두고 초기 적용 사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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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11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제도를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준비 단계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투자자 선정부터 실사보고서 작성, 증권신고서 공시 범위, 전산 시스템 구축까지 실무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은 많은데 세부 기준은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아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IPO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코너스톤 제도 준비 상황을 서로 묻고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서로 '코너스톤 뭐 준비하고 있느냐'고 묻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며 "걱정은 많은데 아직 무엇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모르니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공모주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일부를 일정 기간 보호예수하는 기관에 미리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코너스톤투자자가 사전 청약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을 갖추도록 했다. 

    배정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20%는 10개월 동안 보호예수해야 한다. 코너스톤투자자 전체 배정 한도는 일반투자자·우리사주조합·정책펀드를 제외한 잔여 기관투자자 물량을 기준으로 코스피 20%, 코스닥 30%다.

    문제는 실제 IPO 업무에 제도를 적용하는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너스톤투자자를 어떤 절차로 선정할지부터 기관과 맺은 계약 내용을 증권신고서에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 배정과 보호예수 내역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 등을 놓고 추가적인 실무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관사들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실사'다. 금융당국의 개정안에 따르면 주관사는 기업에 대한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사전수요예측·코너스톤투자자 참여자격을 충족한 기관투자자에게 향후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정보 제공 일시와 상대방, 내용도 기록·관리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IPO보다 이른 단계에서 기관에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실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가져가야 할지, 이후 제공한 정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관사의 책임이 어느 수준까지인지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정보 제공과 관리 절차가 추가되는 만큼 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와의 협업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실사보고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여기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가 얼마나 될지를 봐야 한다"며 "제도가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실무 이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산도 고민거리로 꼽힌다. 코너스톤투자자별 사전 배정 물량과 서로 다른 보호예수 기간을 관리하는 기능 등을 기존 IPO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할지 정해야 하지만, 세부 업무 절차가 확정되기 전에 개발부터 시작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향후 기준이 달라지면 시스템을 다시 손봐야 하는 데다 운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가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현재 관련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다. 예고기간은 9월8일까지이며 개정 절차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11월13일에 맞춰 마무리할 예정이다.

    코너스톤투자자를 실제로 확보하는 것도 증권사에는 새로운 과제다. 기존 기관 수요예측과 달리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투자자를 공모 전에 찾아야 하는 만큼 IPO 부서만의 업무로 끝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법인영업 부서와 해외 신디케이션 조직까지 활용해 투자자 풀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제도가 시작되면 기관투자자도 직접 찾아야 한다"며 "실무 기준을 해석하는 것과 투자자를 확보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IPO를 앞둔 증권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시장에서는 공모 규모가 클수록 사전에 얼마나 탄탄한 코너스톤투자자를 확보하느냐가 수요예측과 공모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중·장기 기관투자자를 사전에 확보해 상장 직후 급격한 매도세를 완화하는 것을 제도 도입 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향후 대형 IPO 후보인 무신사로 향하고 있다. 무신사의 IPO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도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가 실제 가격 발견 기능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자격 요건이 20배 자기자본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설정돼 대형 기관뿐 아니라 역량 있는 중소형 기관에도 참여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참여 기관의 문턱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이들 기관이 공모가를 검증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증권사 직원은 "대부분의 기관들이 수요예측 초반까지 증권신고서조차 들여다보지 않는데, 코너스톤 제도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문턱이 낮고, 이들이 가격 발견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