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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연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홍콩식 레버리지 배율 조정'을 골자로 하는 '증시 긴급조치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투자자와 업계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도입한 '가변 레버리지' 체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홍콩 사례를 참고해 증시 급변 시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레버리지 배율 조정안을 포함한 '증시 긴급조치권' 법제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섰다.
SFC는 지난 3일부터 '레버리지·인버스(L&I) 상품'의 운용 역량 한계와 현물 충격을 해소하고자 일별 목표 L&I 배율을 최대 2배에서 최소 1.1배까지 자율 조절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홍콩에서는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등 단일종목 상품이 반도체주 조정으로 불과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75~80% 폭락하며,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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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당초 한국 당국은 배율 조정이 상품 취지에 맞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수익자총회 결의가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었다. 다만, 예탁금 인상으로 인한 거래 위축이 시장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입장을 선회했다.
예탁금 상향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과열 양상은 일단 진정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기본예탁금 상향 직전인 지난달 30일 12조4485억 원에서 시행 첫날인 31일 3조1517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 6일 기준 일일 거래대금은 908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예탁금 상향 전과 비교했을 때 거래대금이 90% 넘게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거래량 축소에도 증시 급등락이 이어졌고, 195개 ETF 상품에서 괴리율 초과가 발생하는 등 수급 불안이 지속됐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레버리지 배율 조정 등 주식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 검토를 예고한 바 있다.
금융위가 참고하고 있는 '홍콩식 가변 레버리지'는 자산운용사가 매 거래일 적용할 레버리지 배율을 전일 장 마감 시기 공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운용사는 스와프 한도 부족에 따른 추적오차(트레킹에러)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이어 증시 급락 시 패닉셀과 반대매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는 매수 시마다 유동적인 배율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일별 배율 변동으로 인한 복리 효과 추적도 어려워진다. 특히 손실 구간에 갇힌 투자자가 2배 반등을 노리는 시점에 배율이 낮아지면 손실 회복 기회가 박탈되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홍콩식 규제가 한국에 도입되면 '관치형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해당 규제상, 운용사가 배율 조정 등 레버리지 상품 운영에 있어 비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시각을 당국이 의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율 조정이 포함된 증시 긴급조치권 틀 안에서 'ETF 신규 설정 중단'이나 '단일가매매 전환' 등 강력한 직권 제재 형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홍콩의 자율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도 한국형 제도가 당국의 개입이 큰 형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두 시장 간 '규제 철학'의 차이를 꼽는다. 홍콩은 투자 위험성을 강조하는 '사전 보완책'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은 '사후 보완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로펌 케이앤엘게이츠(K&L Gates)의 스콧 피터맨 파트너 변호사는 SNS를 통해 한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기존 ETF·ETN 브랜드 생태계에 편입시킨 점을 꼬집었다. ETF가 갖고 있는 '분산·장기 투자 자산'이라는 이미지가 투자 위험 인식을 낮추는 '언어적 불완전 판매'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홍콩은 선제적으로 고위험 단일종목 상품에 'ETF' 명칭 사용을 불허하고 'L&I'로 별도 격리했다. 분산 자산이라는 언어적 착시와 투자 과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전 위험 통제에 실패한 당국이 사후 수습 과정에서 예탁금 상향, 계좌별 투자한도 제한, 긴급조치권 등 덧붙이기식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상품 도입 과정에서 검토가 부족했다면, 규제 도입에 있어서라도 시장 신뢰 유지를 위해 신중하고 일관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홍콩식 레버리지 배율 조정 등 긴급조치권 도입이 필요하다면, 정밀한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국의 임의적 판단이나 의지가 아닌,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처럼 객관적 기준에 의해 작동하는 '논리적 체계'와 '사전 검증 프로토콜'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단 거래대금 추이가 예탁금 기준 상향 후 안정된 만큼 추가 시장 안정화 조치 도입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 효과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