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약속 넘긴 금투업계 '2조 세컨더리'…운용사도 구조도 안갯속
입력 2026.08.10 07:00

금투협, 6월 세부 운영방안 마련 시한 넘겨
2조 단일 아닌 공동펀드·개별투자 '투트랙'
3000억 공동펀드 GP 및 세부조건 아직 미정
분담액·개별투자 규모는 윤곽…연내 결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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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추진하는 최대 2조원 규모의 회수시장 지원방안이 최초 발표 후 넉 달이 지나도록 세부 구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별 잠정 부담액은 먼저 제시됐지만 공동펀드 운용사와 투자 대상, 펀드 조건 등 내부 투자심사에 필요한 정보는 뒤따르지 않으면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조율 중인 공동 회수시장 지원방안은 아직 참여 증권사에 구체적인 운용구조가 공유되지 않았다. 3000억원 규모로 거론되는 공동펀드의 위탁운용사(GP)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는 지난 5월 7일 열린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에서 금투업계 등이 약 1조~2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하고 6월까지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 규모가 잠정치임을 명시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제시한 세부안 마련 시한은 이미 한참 지난 셈이다.

    시장에는 '2조원 세컨더리펀드'로 알려졌지만 실제 구상은 하나의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만드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7곳의 개별 투자와 업계 공동펀드 출자를 합산하는 투트랙 구조다.

    현재까지 업계에 전달된 구상에 따르면 7개 종투사가 향후 3년간 총 6185억원가량을 개별적으로 세컨더리 시장에 투자한다. 이와 별도로 3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만들고, 대형 증권사 9곳이 이 가운데 2700억원을 분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나머지는 중소형 증권사와 금투협 등이 맡고 거래소·예탁결제원·코스콤·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참여분을 더해 전체 공급 규모를 최대 2조원까지 키운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금액 배분이 펀드 설계보다 앞섰다는 점이다. 공동펀드를 단일 펀드로 만들지, 복수의 하위펀드로 나눌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GP와 운용보수, 펀드 만기, 투자 대상 및 자금 납입 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7월까지 심사를 받으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세컨더리 모펀드 운용사도 선정되지 않아 심사를 진행할 근거가 없었다"라며 "이후 공동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내부 투자심사를 거치려면 최소한 GP와 운용전략, 주요 출자조건이 담긴 제안서가 필요하다. 특히 세컨더리펀드는 기존 벤처펀드의 LP 지분을 인수할지, 운용사가 보유한 개별 기업 구주를 매입할지에 따라 위험과 기대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을 떠안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거래 가격과 편입 기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개별 투자 실적의 인정 기준도 변수다. 7개 종투사 가운데 일부 하우스들은 현재 산업은행의 회수시장 지원 세컨더리펀드 GP로 선정된 IMM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의 펀드에 출자해 개별 투자 목표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정책펀드 출자가 금투업계 공동방안의 실적으로 인정되는지, 기존 투자와 신규 투자를 어느 시점부터 구분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준에 따라 '2조원' 가운데 실제 회수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자금의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펀드 출자와 개별 투자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의 모험자본 공급 실적으로 인정되는지도 증권사들의 주요 관심사다. 같은 세컨더리 투자라도 매입 자산과 투자기구의 형태에 따라 모험자본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인정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증권사가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안을 먼저 승인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투협은 앞서 이번 사업이 업계의 요청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별 잠정 금액과 심사 일정까지 제시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책 과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증권사 내부에서는 공동펀드 출자분을 사실상의 '의무분', 별도 세컨더리 투자를 '자율분'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수시장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50조원이 넘는 벤처펀드가 조성됐고, 업계에서는 올해에만 약 17조원 규모의 펀드가 만기를 맞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컨더리 시장이 막히면 기존 자금의 재투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다만 목표액부터 정한 뒤 운용구조를 맞추는 방식으로는 참여사 내부 심사와 실제 펀드 결성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2조원'이라는 외형보다 GP 선정과 투자 기준, 실적 인정 및 중복 집계 방식을 먼저 확정해야 정책자금이 실제 회수시장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별 공동펀드 분담액과 개별 투자 규모는 자기자본과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이미 잠정 배분된 상태"라며 "세부 운용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공동펀드 결성 자체는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