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한투운용...ETF 3위 내주고 당국 조사에 '패싱 논란'까지
입력 2026.08.10 07:00

House 동향
당국 조사 장기화에 운용·마케팅 부서 대응 부담 누적
ETF 실무진 퇴사·이직 움직임…"내부 분위기 예전 같지 않다"
KB에 ETF 3위 내주고 스페이스X 악재까지…겹친 조직 위기감
레버리지 ETF 금융위 간담회 초대 못받아...'밉보였나'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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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스페이스X 공모주 과장광고 논란 여파로 금융당국 조사가 장기화하면서 운용과 마케팅 부서의 대응 부담이 커진 가운데 ETF 실무진을 중심으로 퇴사와 이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경쟁에서 KB자산운용에 업계 3위 자리까지 내주면서 조직 내부의 위기감도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응책 관련 당국 간담회에서도 한투운용이 배제되며 '당국에 밉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투운용 ETF 조직 내부 피로도가 이전과 달리 크게 높아지며 인력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페이스X 논란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놓고 내부 긴장감도 커졌다는 전언이다. 신규 상품 기획과 마케팅 등 일상적인 업무에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한투운용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뒤 관련 ETF와 공모펀드에 스페이스X 주식을 편입할 계획이라고 알리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6월 최종적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면서 한투운용의 당초 계획도 무산됐다.

    금융당국은 공모주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투자자 대상 마케팅에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투운용에서는 과장광고 논란과 관련한 자료 제출과 소명을 마케팅 부서가 주로 맡고, 공모주 청약과 상품 운용 과정에 대해서는 운용 부서가 조사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투운용은 "현재 금융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회사 입장을 소명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고, 향후 대응 역시 조사 결과에 맞춰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투운용측에서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ETF 본부에서 인력들이 잇따라 이직하거나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분위기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 조사와 향후 제재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조직 내부적으로 동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ETF 시장 경쟁에서도 한투운용의 입지는 다소 약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6조4514억원으로 KB자산운용(37조8148억원)보다 약 1조3600억원 적었다. 이달 5일 기준으로는 격차가 약 2조3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5월 중순까지 유지했던 ETF 업계 3위 자리도 KB운용에 내준 뒤 아직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투운용은 그동안 미국 대표지수와 글로벌 빅테크 등 '서학' 상품을 강점으로 외형을 키우며 ETF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섰으나,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형주 랠리에 국내 증시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혜가 제한됐다. 

    경쟁사들이 국내 대형주 중심 테마형 상품을 잇따라 히트시키는 동안, 한투운용은 미국 주식 중심 상품군으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하면서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ETF 시장 순위는 시장 환경과 자금 흐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스페이스X 논란은 상품 마케팅과 내부 통제 체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가 향후 신상품 출시와 브랜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최근엔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부작용 관련,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대응방안 간담회에 한투운용이 초대받지 못하면서다.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응 방안을 금융투자업계와 논의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과 황선오 거래소 부이사장, 송기명 금감원 부원장,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유관기관까지 참석한 대형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 운용업계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이석원 신한자산운용 대표였다. 한투운용은 업계 3위권의 대형사인데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두 종목 모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했지만 초대받지 못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업계 5위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D는 SK하이닉스 기반 상품만 출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경고글을 게시한 게 화근이 됐을 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스페이스X 논란 이후 조직 내부 분위기가 이전보다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배 대표의 소신 발언을 두고서도 방향성을 떠나 개인적인 언급 자체가 금융당국을 자극했을 거란 관전평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