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못 잡은 RIA, 이번엔 ISA 재검토…바닥에 떨어진 '정책 신뢰도'
입력 2026.08.11 07:00

취재노트
ISA 개편안 발표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
법 없이 출시한 RIA는 환율 방어 효과 미미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투자자 신뢰는 '흔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만들었지만, 기존 혜택을 줄이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가 정작 투자자와 가장 밀접한 혜택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현재 ISA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에 대한 투자자 반응을 보고받은 뒤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ISA의 만기·납입한도 조정부터 생산적금융 ISA 상품 설계까지 개편안 전반이 다시 손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들이 불만을 갖는 지점은 '일방통행'이다. 생산적금융 ISA에 힘을 싣고자 일반 ISA는 홀대받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일반 ISA의 경우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계약기간은 최대 5년으로 줄었고, 그동안 당해 못 채운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겨 쓸 수 있던 이월 제도도 폐지됐다.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에 오랫동안 적립해온 투자자들은 갈아탈 수도 없는 처지다. 새로 생기는 생산적금융 ISA는 국내 주식·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코스피 자체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장'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시장도, 정책도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책 널뛰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해외투자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겠다며 RIA(국내시장 복귀계좌)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자 내놓은 카드였지만, 정작 법안은 올해 3월31일에나 통과됐다.

    다급한 정부는 증권사들을 동원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전에 상품을 출시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애초 3월로 예정했던 100% 비과세 혜택 시한은 5월로 밀려났다. 이런 노력에도 3월 말 환율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1530원을 돌파했다.

    정작 환율 방어라는 본래 목표에 비춰보면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세제 혜택 하나만으로 투자자의 자금 이동을 유도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는 얘기다. 발표는 기습적으로 하고, 법적 근거는 뒤늦게 맞추고, 혜택 조건은 그때그때 조정하는 패턴이 ISA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는 셈이다.

    업계에서 특히 문제 삼는 지점은 '지속성'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이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본 NISA는 2014년 도입 때부터 지금까지 투자 대상에 국가·지역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24년 신NISA 개편 이후에도 이 틀은 그대로 이어져, 성장투자한도(연 240만엔)를 통해 해외 개별주식 직접투자를 계속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PEA는 이번 정부안과 비슷하게 투자 대상을 제한하는 쪽이다. 다만 그 제한의 틀이 30여년째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 제한 범위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넓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PEA는 1992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유럽연합(EU)·유럽경제지역(EEA) 상장 주식에 한해 투자할 수 있다'는 핵심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납입한도 상향, 계좌 운영 수수료 상한 설정 등 세부 조항은 여러 차례 손을 봤지만, 이런 변화는 대체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이었을 뿐 제도의 근간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까지 문을 열어주려다가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무산됐다.

    관건은 취지가 아니라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투자 확대라는 목표를 기존 계좌 혜택을 깎으면서 이뤄야 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국내 증시가 더 유망하다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옮겨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