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상반기 29% 성장…대형로펌 연간 2위 경쟁 '후끈'
입력 2026.08.11 07:00

태평양·광장 성장세…연간 2위 경쟁 주목
규제·분쟁 수요가 올 상반기 실적 뒷받침
연말 실적·인재 확보 경쟁이 관전 포인트

  • 상반기 M&A 한파 속에서도 대형 로펌들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자문 공백을 공정거래·형사·노동 등 규제·분쟁 업무가 메운 가운데 법무법인 태평양이 전년 대비 29%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상반기 광장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만큼 하반기에는 '매출 5000억원' 달성과 연간 2위를 둘러싼 태평양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로펌들은 최근 2분기 매출 결산을 마무리하며 상반기 실적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경영 전략 구체화에 돌입했다. 

    로펌 실적은 비공개인 만큼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을 토대로 연간 실적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대형 로펌 간 매출 격차가 수십억원 수준으로 좁혀지는 등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올해는 이례적으로 분기별 매출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상반기에는 태평양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태평양은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9.3%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3.4%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5%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반기 매출 2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광장은 상반기 기준 15.7%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광장은 올해 연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율촌은 상반기 기준 6.7%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종은 지난해 상반기 약 28%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1.2%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7월 말 기준 누적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한 것으로 파악돼 하반기 들어 실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우는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10.2%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상반기 법률서비스 시장은 기업자문보다 규제 대응과 분쟁 분야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M&A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자문 수요는 예년보다 둔화된 반면, 공정거래·노동·개인정보·중대재해·송무 등 규제 및 분쟁 관련 업무는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며 로펌 실적을 뒷받침했다.

    특히 M&A 부문은 대형 거래(빅딜)가 드문 가운데 기업 주도의 전략적 거래보다 사모펀드(PE)의 포트폴리오 정리와 중소형 거래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로펌 업계에서는 거래 규모와 관계없이 투입되는 인력과 업무량이 크게 줄지 않는 만큼 중소형 거래 중심의 시장에서는 대형 거래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평양의 실적 호조 배경으로는 형사·공정거래 분야의 사건 증가가 꼽힌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 담합 제재와 검찰 수사가 잇따르면서 조사 대응부터 형사 재판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늘어나 로펌 수요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담합 사건은 공정위 조사 대응뿐 아니라 검찰 수사와 형사소송까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변호인단이 투입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업무로 꼽힌다.

    검찰은 국내 정유 4사의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데 이어 최근에는 석유화학업계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업계를 중심으로 대형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가 잇따랐다.

    통상 대형 로펌들은 하반기, 특히 연말에 매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연간 순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대형 M&A와 분쟁·형사 사건 수임 실적에 따라 태평양과 광장의 2위 경쟁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 로펌 모두 이례적으로 상반기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태평양이 성장률 측면에서는 앞섰지만, 광장 역시 절대 매출 규모로는 전년보다 3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광장은 지난해 상반기 내부정보 거래 관련 이슈 등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실적을 회복했고,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로펌들은 올해 상반기 주력 분야를 보강하기 위한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선 데 이어 하반기에도 핵심 인력 확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평양은 기업자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 분야 인력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광장에서 활동했던 강형석·이진욱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광장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형사·송무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반기 형사 부문에서 기대만큼의 실적을 보이지 못했지만, 향후 전관과 전문인력 영입 효과가 나타날 지 주목된다. 율촌에서 노동·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이정우 변호사를 영입했고, 형사와 공정거래 분야 전력도 강화했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 실무진 영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은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이어온 만큼 최근에는 신규 영입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는 평가다. 그동안의 투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업계 3위 달성으로 이어지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자문 부문에서 태평양 출신 김방현·이지훈 변호사와 김경석 외국변호사를 영입했다. 경쟁사에서 기업자문 부문 추가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력 이탈이 보였던 율촌은 지난 6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고문으로 영입했으며, 송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반기 주요 전관 영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로펌 매출은 하반기 비중이 큰 만큼 연간 실적이 마감되기 전까지 순위나 성장률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물밑 경쟁사 파트너 영입 논의도 계속되고 이어 인재 확보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인재 영입이 단기적으로 매출 확대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인력 확충으로 늘어난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