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에 韓 부동산은 혼돈…시장은 셈법 복잡, 건설사는 '훈풍' 기대
입력 2026.08.12 07:00

8.3 세제개편, 후폭풍에 시장·여론 모두 촉각
부담 늘어난 고가주택 소유주들
법인전환, 양도·증여·상속 문의 폭증
월세 상승 시나리오에 분양가 증액 움직임도
매물 절벽, 조세 저항 해결책은 결국 공급?
정부 대책에 '훈풍' 기대하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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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세제개편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의 공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여당 내부에서도 잡음이 일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당분간 적지 않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편안 발표로 주택 보유자 또는 전월세 세입자를 막론하고 어느 한쪽도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언제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후폭풍이 닥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번 대책은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을 대폭 늘리고, 거주 기간이 짧을 수록 세금을 더 매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부담은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소유자에게 집중된다. 일단 정부는 종부세의 기본공제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완화했다. 이는 거주용 1주택자에게만 적용되는 조치로,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는 9억원으로 오히려 축소했다. 과세표준이 높은 구간의 주택을 보유한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늘어난다. 과세표준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부터 구간에 따라 세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오는 2028년부턴 과세표준 12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선 현재 3주택 이상 소유자와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소유주들 사이에선 세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법인으로의 명의 이전을 검토하거나, 앞으로 부동산 취득 자체를 개인이 아닌 법인을 통해 매수하려는 고민도 커지고 있단 평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취득세가 좀 높더라도 부담이 다소 덜 한 법인으로의 명의를 넘기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며 "그러나 공제 가능 여부를 비롯해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어떤 전략이 더 유리할 지는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소유주라 할지라도 마땅한 현금 흐름이 없으면, 1년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 방안이 마땅치 않다. 법원등기정보에 따르면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46.5%)과 반포동(44.4%)의 소유자들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세무사와 공인중개사들에게 법인 전환, 매도와 증여, 상속 문의가 끊이질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부동산 처분이 어려운 소유주들은 대출을 통해서라도 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세금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데, 과거엔 대부분 법인들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고액자산가들을 비롯한 개인들도 많다"며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의 경우 과거보다 심사가 까다로워졌고, 금융당국에서 자금의 사용 목적을 꼼꼼히 따지고 있기 때문에 세금 납부를 위한 대출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으로 인해 제도권 금융시장이 아닌 비교적 감시망이 느슨한 사금융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유세·양도세·증여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개인들이 결국 높은 금리의 사금융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란 지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의 고민은 뭐니뭐니 해도 세금인데,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 증여세를 보유한 현금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산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갈수록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자산가들과 사금융 업체들의 접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세금 부담이 늘어난 고가, 다주택 소유자들로부터 전방위적으로 매물 출회를 유도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의 목표대로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수도권 집값 급등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거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한 주택으로 다시 돌아오는 소유자들이 늘어 전세값과 월세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단 우려도 결코 적지 않다.

  • 일부 발 빠른 사업주들은 이런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월세가 가파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시행업자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분양가를 조정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 부동산 시행사는 일반 분양을 마치고 회사가 보유한 오피스텔 물량을 기존 분양가 대비 수 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분양 중이다. 기존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증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인 및 법인의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번 대책의 부작용으로 거래 절벽 현상과 강력한 조세 저항이 현실화하면 결국 정부가 꺼내들 카드는 공급 대책밖에 없단 평가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은 정부와 청와대의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미칠 효과가 제한적이고, 결국엔 공급밖에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이제까진 가계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등 분양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드는 규제들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조달 비용과 원가율 상승이란 이중고를 겪는 건설사들은 기나긴 터널에 갇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세제개편 자체가 당장 시공사들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지만, 건설사들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 확대밖에는 방안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거나, 신도시 개발 등이 가시화한다면 건설업계엔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개편안 발표를 전후로 국내 건설주의 주가는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여기엔 유가와 환율의 안정세, AI 데이터센터 발 대규모 수주 가능성 등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향후 대규모 공급 대책이 이어질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크게 반영돼 있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의 공급 대책 규모가 시장의 눈높이에 미달하거나, 부지 선정을 비롯해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된다면 오히려 주식시장에선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산업 자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띌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지만,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은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슈"라며 "다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해 공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청와대의 인식이 명확한 만큼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지에 따라 하반기 건설사들의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