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가뭄에 '공동보다 단독'…SK실트론·에어퍼스트 인수금융 쟁탈전
입력 2026.08.12 07:00

상반기 인수금융 15.2조…전년比 26.3% 감소
SK실트론·에어퍼스트 등 조단위 딜 두고 총력전
신규 플레이어 약진·단독 주선 확산…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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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인수금융 시장이 극심한 '딜 가뭄'을 겪으면서 금융사들이 한 건의 거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공동 주선이 일반적이던 거래에서도 단독 주선 사례가 등장하고, 하반기 예정된 조 단위 빅딜을 둘러싼 물밑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은 하반기 대형 인수금융 거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대형 인수·합병(M&A) 부재가 맞물리며 인수금융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인베스트조선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 인수금융 주선 규모는 15조1915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8811억원) 대비 27.2% 감소했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들의 순위 변동이 눈에 띈다. 지난해 상반기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올랐던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인수금융 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순위가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은행 8위, KB국민은행이 9위를 기록했으며 신한은행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딜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규 플레이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대형사들이 느끼는 실적 압박이 커졌다"며 "이전 같으면 함께 나눠 맡았을 거래도 이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이 주춤했던 금융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반기 대형 거래로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 인수금융과 에어퍼스트 리파이낸싱을 하반기 최대 규모의 거래로 꼽는다.

    SK실트론은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패키지(인수금융 약 1조원, 기존 차입금 리파이낸싱 약 1조5000억원)가 추진되고 있다. 에어퍼스트 역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 지분의 컨티뉴에이션 펀드 이관을 추진하면서 약 1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 예상된다. 두 거래의 금융 규모를 합치면 약 3조500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인수금융 주선 규모의 약 23%에 달한다.

    주선단 합류를 둘러싼 눈치 싸움이 치열한 분위기다. SK실트론은 한국산업은행이 메인 주선을 맡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주선단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은행이 인수금융 물량 상당 부분을 셀다운 없이 직접 보유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선단에 포함되는 것 자체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일찍이 주선사로 이름을 올린 우리은행의 경우 두산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주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두산 측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KB국민은행 등 타 시중은행들도 남은 물량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막판까지 주선단 합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에어퍼스트 인수금융 거래를 둘러싼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IMM PE는 에어퍼스트 투자 지분을 컨티뉴에이션 펀드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펀드 출자 규모에 따라 금융사에 인수금융 주선 기회를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거래는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이 출자를 결정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기관별 출자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동 주선보다 단독 주선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 마무리된 글로벌 사모펀드 CBC그룹의 7650억원 규모 휴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이다. 과거에는 여러 금융사가 공동 주선했던 거래지만, 이번 차환은 삼성증권이 단독으로 주선을 맡았다. 인수금융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금융사와 주선 물량을 나누기보다 단독으로 맡아 수익성을 높이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본격 부상하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를 마친 우리투자증권 등이 울산GPS 인수금융 주선권을 확보하는 등 대형 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SK실트론과 에어퍼스트 같은 대형 거래를 어느 금융사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연간 인수금융 실적과 리그테이블 순위가 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