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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일정 기준에 주가가 미달하게 되면 벌을 받게 되니 회사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릴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우리는 '주가 조작'이라고 하죠. 현 시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소는 '정책 불확실성'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두고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인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규제의 전제와 기준을 두고 혼선을 낳고 있다. 자사주 관련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다는 점도 이슈다. 새로 출시하기로 한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혜택 축소와 규제 소급적용 논란으로 반발에 부딪쳤다.
대통령이 재정경제부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며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로 보면 자본시장 입장에서 개선(改善)보다는 개악(改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세제개편안 중 자본시장에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주가누르기 법안'이다. 현 정부안은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유가증권시장 업종별 하위 25%(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면 인위적 주가 관리로 추정해, 상속 및 증여재산가액에 30%를 가산하는 방안을 담았다.
문제는 저PBR이 반드시 '주가 누르기'의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PBR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수익비율(PER)의 함수다. 회사 자체의 경쟁력(ROE)과 시장의 평가(PER)가 뒷받침돼야 PBR 제고도 가능하다는 건 투자업계의 상식으로 통한다.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이익 개선과 주주환원만으로 PBR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 2020년 이후 5년간 은행주 평균 PBR이 0.5배 안팎에 머물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가 누르기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규제의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고, 무리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납세자가 '평가심의위원회'에 소명하면 현행 방식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이다. 평가심의위원회의 행정 재량에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세금이 좌우되니 조세불복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금 부담이 커질수록 기업이 상장 유지보다는 상장 폐지에 기울 거란 우려도 나온다.
입법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이훈기 의원은 상장주식 평가 방법을 아예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바꾸자며 공세에 나섰다. 주가에 할증하는 방식으로는 주가 누르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순자산가치가 시장가치와 괴리가 크고, 기업가치를 대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관련 과세 체계 개편도 논란거리다. 지난 3월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가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규정되며 예상된 수순이긴 했다. 하지만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시점에 무조건 의제배당으로 과세한다. 의제배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최고 세율이 49.5%에 달한다. 관건은 이중과세 조정인데, 개편안은 이익소각 목적의 자사주에 대해서만 조정을 적용한다. 소각 목적 외의 자사주 취득에는 세금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상법으로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했는데, 여기에 세법을 통해서도 소각을 강제하는 구조를 짰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과세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시 법인에 1%의 소비세를 부과하지만, 신주 발행분을 상계하는데다 임직원 퇴직연금 출연분은 제외한다.
일본은 자사주 매수시 주당 매수 가격이 자본금을 초과하는 부분만 최고 20% 세율로 의제배당을 원천징수하고, 나머지는 양도소득으로 과세한다. 취득가액 전체를 의제배당으로 보는 세제개편안과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미국과 일본 모두 자사주의 보유 기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도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기업의 자사주 매입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2010년대 미국 증시의 장기 우상향은 이익의 성장과 함께 기업들의 꾸준한 자사주 매입이 바탕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이자 및 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생산적금융 ISA'도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ISA의 한도이월 및 연장시한 등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두고 '새 상품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상품의 혜택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예적금을 제외하며 세제 혜택을 국내 '위험자산'에 한정한 점도 도마에 오른다. 유럽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EU 전체를 자국 시장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투자 범위가 크게 다르고, 일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도 해외 투자를 허용한다. 프랑스의 경우 30년 넘게 같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제도의 혜택을 축소하고 소급하거나 변경하는 입법이 계속되면 정책 신뢰도가 무너지며 국내 증시는 '기피 투자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세제개편안은 정책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