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폴로가 두드리는 대기업 리파이낸싱 시장…글로벌 크레딧펀드 판 되나
입력 2026.08.13 07:00

중복상장 후폭풍에 FI 투자금 정리 부담 커진 대기업들
아폴로, 보험성 장기자금 앞세워 초장기 대출 구조 제안
LS·KT 등 잠재 수요처 부상…상환금 파이낸싱 시장 열리나
국내 GP는 만기·수익률 한계…초장기 대출 경쟁서 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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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가 국내 대기업들의 자회사 투자금 상환 수요를 겨냥해 장기 사모대출 구조를 제안하고 나섰다. 중복상장 이슈로 재무적투자자(FI) 투자금 정리 부담을 떠안은 대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초장기·저금리 자금을 댈 수 있는 곳은 외국계 대형 운용사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국내 크레딧펀드들도 관련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펀드 만기와 수익률 제약 탓에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폴로는 최근 투자금 상환 문제가 있는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장기 파이낸싱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회사 FI 지분을 재매입하거나 투자금을 정리할 때 필요한 재원을 아폴로가 장기 사모대출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당 사모대출은 아테네(Athene) 자금을 활용하는 구조로 전해진다. 아테네는 아폴로가 보유한 미국계 보험·연금 플랫폼으로, 보험료와 연금성 자금을 장기 운용하면서 아폴로 크레딧 전략의 핵심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다. 생명보험·연금성 자금은 보험금이나 연금 지급 시점이 장기에 걸쳐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긴 만기를 제시할 수 있고, 낮은 목표수익률도 감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폴로는 지난해 서울사무소를 열고 삼성증권 출신 이재현 대표를 한국 대표로 영입하며 국내 영업 기반을 넓혀오고 있다. 전통적인 바이아웃 중심 운용사라기보다는 크레딧과 보험성 자금 운용을 결합한 대체투자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대기업 대상 장기 파이낸싱 제안도 이 같은 사업모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자회사 상장을 전제로 FI를 유치해 성장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과 당국의 시선이 까다로워지면서 당초 약속한 자회사 IPO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FI와 약정 기한을 다시 논의하거나 투자금 상환, 지분 재매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LS그룹의 경우 LS MnM, 에식스솔루션즈 등이 상장을 전제로 FI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LS MnM의 상장 기한은 2027년 8월로, 1년 내 투자금 상환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한화그룹의 한화첨단소재 역시 내년 말까지 글랜우드크레딧 등으로부터 받은 68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상환할지 결정해야 한다.

    KT클라우드도 IMM크레딧앤솔루션으로부터 6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잠재적인 지분 처리 이슈가 있는 사례로 꼽힌다. IPO 약정기한은 2030년으로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KT와 KT클라우드 간 합병 검토가 구체화될 경우 FI 지분 처리 조건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티맵모빌리티, SK플라즈마, HD현대로보틱스 등도 IPO 지연 시 FI와 약정 조정이나 투자금 정리 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규모다. FI 투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약정 수익률까지 더해야 하는 만큼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하다. 회사채나 은행대출로 모두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자회사 상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FI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아폴로가 제안한 장기 대출 구조는 이 같은 틈새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투자금 상환 문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해외 크레딧펀드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보험 자회사 글로벌애틀랜틱을 보유하고 있어 아폴로와 같이 보험성 자금을 활용한 크레딧 전략이 가능하다. 블랙스톤, 브룩필드, 아레스 등도 보험 또는 연금성 장기자금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크레딧펀드가 해당 시장에서 힘을 쓰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크레딧펀드들은 대부분 기관 LP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구조다. 펀드 만기와 LP 요구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만큼 초장기 대출을 낮은 금리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사모펀드 제도 개편과 내부통제 강화, 금융당국의 검사 기조 등으로 국내 운용사들이 운용 전략을 넓히는 데 제약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상환금 파이낸싱은 결국 장기 자금을 누가 싸게 조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내 GP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일정 수익률을 맞춰야 하는 만큼 초장기 대출 구조를 짜기 까다롭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해외 크레딧펀드들이나 대형 GP들은 대부분 보험사와 같은 장기 자금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